그 동안의 전투 영역은 육지와 바다, 공중으로 다소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3차원 영역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까지 아우르는 5차원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즉 미래전은 5차원 전투영역에서 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네트워크 중심전을 잘 펼치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전투 작전과 개념의 변화

변화의 시작은 전투 작전 양상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전쟁 윤리 개념이 바뀌었다. 기존의 전쟁은 무기체계가 정밀하게 유도되는 형태가 아니었다. 따라서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심각한 민간 피해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전쟁을 수행하더라도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공격 효과는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전쟁 후 야기될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됐다.

인간 개입도 최소화되고 있다. 공격을 감행하는 아군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적군의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ICT를 적용한 무인 무기체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무인화 공격기 즉, 공격 드론의 활용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중에서 뿐만 아니라 육지와 해상의 무인 공격무기가 개발돼 실전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속도가 곧 최고의 공격이며 방어라는 사고의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더 멀리,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적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개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극초음속 글라이더뿐 아니라 레이저를 비롯한 각종 경제성과 파괴력이 증강된 무기체계가 활용된다.

다음으로는 직접 교전보다 전자전 공격을 우선으로 하는 변화다. 공격으로 인한 아군과 적군 그리고 민간인의 인명피해 없이 적의 교전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전자전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전 공격 변화다. 1990년대 중반 일반에 이관된 네트워크 시스템인 ‘인터넷’은 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자원이 됐다. 컴퓨터와 함께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중요한 도구다. 그런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러시아를 필두로 네트워크의 무기화 작업 즉, 사이버전 공격의 씨앗이 잉태됐다. 현재 사이버전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우며 골치 아픈 무기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 가장 강력한 사이버전 전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도 사이버전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미래전 군사력의 핵심은?

현대전에서 군사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기술력과 경제력 그리고 경험이다. 이유는 하드웨어 기반 무기체계의 개발과 운용을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그 무기체계를 시험할 무대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반면 미래전의 군사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창의력이 우선 시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술력과 경제력도 중요한 요소로 남겠지만 이전처럼 절대적 필요충분 요건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ICT를 적용한 무기 체계 개발과 활용 측면에서는 누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근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군사력 면에서 중위권에 머물던 국가가 최강국 반열에 오를 수도 있고, 세계 무기 시장에서 미미한 실적을 보이던 국가가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의 세계 무기 시장은 미국이 90%쯤을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10%를 가지고 세계 각 국가가 경쟁하는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다. 그러나 ICT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무기체계로 패러다임이 시프트되면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블루오션 시장에서 누가 이니셔티브를 거머쥐느냐에 따라 국방력 상승은 물론 국가 경제력도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질서에서의 영향력 면에서도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ICT 인프라를 모두 갖췄다. 또 기술 숙련도나 점유율 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즉 한국은 창의적이고 강력한 기술로 무장하고 국방력을 높인다면 강대국 반열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위성도 제 자리를 잡고 운항을 하고 있다. 또한 4기의 소형 큐브 위성의 사출 시험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다만 이런 성공을 바라보는 해외 반응 중 큐브 위성 성능이나 양방향 교신 상태보다 더 눈에 띄인 것은 대한민국이 ‘신의 지팡이(Rods of God 혹은 Rods from God)’를 실험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신의 지팡이’는 지구궤도에서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텅스텐 막대기를 지상 목표에 투하해 파괴하는 무기다.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해 핵폭탄보다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이 무기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다만 여러 이유에서 아직은 실전에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누리호(KSLV-II) 성능검증위성의 큐브위성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KSLV-II) 성능검증위성의 큐브위성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대한민국이 이 무기체계를 실험했다는 말이 나왔다. 누리호 발사 후 제 위치에 안착한 주 위성에서 시행한 4기의 소형 큐브 위성 사출 시험을 본 이후다.

위성에서 무언가를 사출하면 그 반동으로 위성 제어가 불안정해 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큐브 위성 사출 시험에서는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접목돼 안정적인 사출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을 보고 ‘신의 지팡이’를 연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술면에서 일부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비난과 호들갑을 떠는 근본적 이유는 한국의 기술력을 경계하고 히스테리 증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기술력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이런 기술 발전 속도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욱 각인시키고 발언권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세계 무기 시장의 규모가 지금보다 몇 배는 확대될 것이다. 거래되는 무기체계 형태도 변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앞에 다가온 무기체계의 블루오션에 어떻게 접근하고 선점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권호천 글로벌ICT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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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천 Global ICT Lab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 자문 업무, 그리고 저술 활동을 진행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국회 산하 사단법인 국방안보포럼 국방 ICT 위원장, 용산학포럼 연구위원, 국회 산하 사단법인 K-정책 플랫폼 신산업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K-안보포럼 방산/전력분과 위원, 국방부 산하 (사)한국방위산업학회 ICT위원장/운영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 용산미군기지 이전 후 공원화 사업의 발전, 대한민국 중·장기 신산업정책 제안과 발전 전략 연구, ICT를 접목한 미래 경영전략 교육, 방위산업 선진화 등을 위해 노력한다. 저서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다룬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 (새녘출판사), ICT가 적용된 미래 무기체계의 변화와 미래 전쟁을 다룬 ≪ICT가 승패를 좌우한다, 모던 워페어(Modern Warfare)≫ (메디치미디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