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허가를 받은 ‘야뉴스키나제(JAK)’ 억제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알려지면서 재검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약품 시장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까지 JAK 억제제의 만성 염증질환 적응증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부 치료를 위한 처방을 제한하는 추세다.

야뉴스키나제(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왼쪽)과 애브비의 린버크서방정 / 각 사 제공
야뉴스키나제(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왼쪽)과 애브비의 린버크서방정 / 각 사 제공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JAK 억제제에 처방제한을 두는 권고안이 나왔다.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성관리위원회(PRAC)는 일부 만성 염증질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JAK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을 삼가도록 권고했다.

앞서 미국은 현재 모든 JAK 억제제에 대해 고위험군뿐 아니라 일반 환자에 대해서도 하나 이상의 TNF 억제제 등 다른 치료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환자에게만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다.

JAK 억제제는 중증 아토피 치료를 비롯해 류마티스관절염 등 만성 염증질환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의약품이다. 최근 국내 허가를 받는 화이자의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와 함께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등이 대표적인 JAK 억제제다.

JAK 억제제 문제는 2019년 젤잔즈 개발사 화이자가 진행한 ORAL Surveillance(시판 후 안전성 조사) 연구 과정에서 TNF(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대비 혈전 발생이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50세 이상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362명을 대상으로 젤잔즈와 TNF 억제제의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악성종양 발생률이 1000명 당 11.3명으로 TNF 억제제 치료군의 7.7명에 비해 위험도가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계 질환(MACE) 발생률도 1000명 당 9.8명으로 TNF 억제제군의 7.3명 대비 많았다. 이는 MACE 발생 위험이 TNF 억제제 보다 33% 증가한 수치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젤잔즈, 올루미언트, 린버크 등 JAK 억제제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대해 장마비 등 중증 심질환·암·혈전·사망위험 증가 내용을 박스 경고에 추가했다. 이후 류마티스관절염에서 TNF 억제제와 함께 1차 치료제로 사용하던 JAK 억제제 의약품들을 TNF 억제제 이후 사용하는 2차 치료제로 격하시켰다.

유럽에서도 지난달 말 65세 이상자, 주요 심장 질환자, 암 위험이 높은 사람과 장기적 흡연자 등 중증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게 JAK 억제제의 이용을 삼가도록 권했다. 이와 함께 폐나 심정맥에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에 대해서도 JAK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저용량으로 처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PRAC의 처방제한 권고는 젤잔즈의 시판 후 조사 및 올루미언트 관련 관찰 연구의 예비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만성 염증질환에 허가된 모든 JAK 억제제에 이같은 제한이 적용됐다.

유럽 PRAC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젤잔즈가 주요 심혈관계 증상·암·정맥 혈전색전증 및 중증 감염증이 발생하거나,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TNF-α 저해제를 사용해 치료하는 환자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복지부도 JAK억제제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변경에 따라 급여기준도 투여대상을 제한한 상태다. 식약처는 올해 6월 AK 억제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제한적 사용,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MACE)·악성종양·혈전·사망 증가 위험 내용을 게재했다.

또한 JAK 억제제를 ▲65세 이상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종양 위험 등 고위험 환자는 ‘기존 치료제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에 한해’ 사용토록 했다.

더불어 복지부는 해당 약제의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투여대상을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기존 치료제(TNF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로 제한했다.

약품별 구체적인 사항으로는 젤잔즈의 경우 경우 성인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도 쓰이는데, 해당 투여대상 기준에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 투여대상과 같은 내용이 추가됐다.

올루미언트와 린버크의 만성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투여대상 기준에는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 적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 JAK 억제제를 투약하던 65세 이상 환자,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환자는 유익성 및 위해성 균형을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하에 지속 투여가 필요할 시 급여가 적용된다"며 "TNF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로 변경할 경우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급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학회에서는 모든 JAK 억제제를 문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승인된 JAK 억제제는 각각 표적 타깃이 조금씩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젤잔즈는 JAK1과 JAK3을 주로 차단하며, 올루미언트는 JAK1과 JAK2를 억제한다. 시빈코, 지셀리카와 린버크는 JAK1에 더 높은 친화력(affinity)과 선택성(selectivity)을 가진다.

의료계 관계자는 "JAK 억제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고 넓은 적응증을 통해 다양한 질병에 쓰이고 있다"면서 "JAK 억제제에 대한 문제들이 속속 나온 다는 점은 의료계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나, 단순히 기전 전체를 놓고 판단하기 보다는 의약품 별로 특성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이 고려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