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첫 삼성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줄곧 ‘뉴삼성’의 핵심 키워드로 ‘인재’와 ‘기술’을 강조했다. 올해 임박한 임원 인사에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삼성전자
삼성의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는 통상 12월 초다. 2021에 사장단 인사는 12월 7일, 임원 인사는 9일 있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시기가 조금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인사에 대한 전망은 해마다 ‘안정’ ‘쇄신’으로 엇갈린다. 2021년에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예상을 깨고 198명 규모의 대대적인 인사가 있었다.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 대표 체제가 한종희(DX부문장)·경계현(DS부문장) 2인 체제로 바뀌었다. 파격이었다.

올해 인사는 이 회장의 인재와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을 비춰볼 때,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임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낮아지거나, 성별·국적·직급과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인사 제도가 개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관련해 이 회장은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당시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중요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서도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5년간 8만명 신규 채용을 목표로 내걸면서 고위직 임원들을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계획대로라면 매년 1만 6000명쯤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신규 인력의 다수 유입은 그만큼 고위직 임원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는 점도 인사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재 삼성에서 변화가 예고된 인사는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자리다. 10월 18일 이재승 사장이 물러나며 공석이 된 해당 자리는 한종희 부회장이 맡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부사장의 승진이나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종희 부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한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는데, 그의 연임 여부가 다른 임원의 승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방향과 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현재 부산엑스포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MZ세대 임원 발탁이나 첫 여성 사장 탄생 가능성 등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공급망 이슈,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좋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은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해 경영 전략과 실현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