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업계를 떠들썩하게했던 보툴리눔톡신 간접수출 문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관계 당국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제 판매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행정처분 대상에 오를 전망이라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 / 아이클릭아트
보툴리눔톡신 제제. / 아이클릭아트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등 3개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톡스를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식약처가 국내 보툴리눔톡신 판매 업체에 대해 간접수출 혐의를 대대적으로 조사할 것이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제테마의 ‘제테마더톡신주는 100U’는 103억원, 한국비엠아이의 ‘하이톡스주100단위’는 67억원, 한국비엔씨의 ‘비에녹스주’는 11억원 가량 수출 실적을 냈다.

앞서 식약처는 2020년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5품목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에 동일한 혐의를 적용, 각 사 제품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하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제품의 변질 및 이물 혼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출하승인 과정을 거친다. 다만 수출용 의약품의 경우 이 국가검정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에 유통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보툴리눔톡신 생산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수출용 의약품을 국내 무역회사 또는 도매업체 등에 판매할 경우 ‘간접 수출’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이부분에 대해 업계와 정부간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 간접수출 ‘합법’ 유권해석 있는데…불안떠는 보툴리눔톡신 업계

현재까지 휴젤과 파마리서치 등은 당국의 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간접수출에 대한 해석이 식약처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제조업체가 수입자의 사양서를 제출해 국내 판매가 불가한 채 수출만을 위해 제조, 허가된 조건을 부여받은 의약품이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면제 대상이기에 제약회사가 수입국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받아 온다면 수출 의약품으로 보고 별도의 국가출하승인이 필요 없다.

하지만, 국내 무역업체가 해외로 의약품을 유통하는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약사법 상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도매상이 물건을 사고 팔거나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모두 위법으로 간주된다.

다만,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무역상을 통한 의약품을 간접수출하는 경우는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그간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관행들이 해결되는 양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또한 개정 약사법을 보면 수출과 관련한 조항이 삭제돼 있다. 현재 간접수출에 대해서는 대외무역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업계는 식약처가 약사법 제53조 제1항에 담긴 ‘판매’의 의미를 지나치게 해석하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간접수출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를 식약처에 건의했다. 건의안 내용에는 국내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하는 방식의 간접수출 역시 수출에 해당하므로 해당 품목의 국가출하승인이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그간 간접수출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불일치적인 해석이 어느 정도 봉합되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업계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간접수출 절대 안된다는 식약처…행정처분 기업 더 나올수도

식약처는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출하승인 의무 대상이 아니나, 의약품 판매 자격을 지닌 국내 의약품 도매상에게 수출 물량을 넘기는 경우 국내 유통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 조선DB
식품의약품안전처. / 조선DB
그러면서 약사법이 인정하지 않는 수출 절차 대행업체,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한 수출은 위법이라는 점과 국내 도매상을 거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간접수출 시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식약처는 수출을 목적으로 할 경우 의약품 공급자가 약사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의약품 수출 대행업체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는 공급 물량에 대한 물품 대금을 수령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있다.

의약품 수출 대행업체에게는 의약품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수여’만 가능할 뿐, 대행업체를 상대로 의약품을 넘겨주고 값을 받는 ‘판매’는 약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식약처는 수출용 의약품에 대한 국내 기업조사를 이어나갈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간접수출을 조사를 본격화할 것이란 의견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또 다른 업체가 관련 혐의로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미 한국바이오협회에 업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바 있고, 행정명령은 명확히 약사법에 의거한 행동이라는 점도 각 기업들에 전달했다"며 "업계 측은 억울함을 주장하겠으나, 간접수출에 대한 위법사항은 이전 사례들과 같기 때문에 이번 행정처분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외무역법을 준수했을 뿐인데, 의약품 유통에 대한 식약처와 기업 간 견해 차이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당국이 무리한 판단을 내리는 등 기존 법리적 해석만 고수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함에도 당국이 업계에 불리한 잣대로만 바라봐 시장을 옥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복지부 유권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분간 식약처와 보툴리눔톡신 업체들간의 기나긴 법정싸움 예고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