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사회초년병 시절 첫 해외 출장길 경험으로 글을 시작하겠다.
당시 이집트 전력청에서 발주하는 신도시 30만호 가스공급 사업 관련 입찰에 참여하고자 연세가 많은 전무님을 수행하여 출장을 떠났다. 그때 전무님은 이집트 정부 산하 공공기관 미팅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너무 깍듯하게 90도 폴더 인사를 건넸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무님께 넌지시 여쭤봤다. "전무님은 경력 40년차 베테랑 임원인데… 아무리 고객이지만 아들뻘 되는 젊은 엔지니어에게 너무 예의를 갖추는 게 아닌지요?"
전무님은 빙긋 웃으면서 나에게 다이어리 첫 페이지를 펼쳐보였다. 펜 글씨로 반복해서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I can become a servant in front of my Client"

전무님은 새해 다이어리가 나올 때마다 각오를 다지며 펜 글씨로 늘 첫 페이지를 이 문장으로 채운다고 밝혔다. 나도 고객을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평생 이 문장을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당시 전무님 가르침대로 나 역시 후배 직원들에게 똑같은 방식을 전수했다.

23년간 몸담은 대기업을 퇴직한 나의 인생 2막의 출발은 대학 강의와 함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컨설팅이다. 채용 컨설팅은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고,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법률, 회계, 교육, 경영 등 모든 컨설팅 업무처러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인 채용 컨설팅 역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을 통한 신뢰 구축, 정확하고 세밀한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채용 컨설팅을 담당하는 HR 컨설턴트, 소위 '헤드헌터'는 채용 기업(고객사)와 신뢰를 쌓아 상세한 채용 정보를 확보하고, 의뢰 받은 Job Position 정보를 정확히 이해해야 시행착오 없이 고객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인재(구직자)들은 이직 과정을 통해 헤드헌터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고 향후 Career Path 까지도 상담할 정도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채용 절차가 진행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사와 구직자 상호간의 Needs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어미 닭이 밖에서 같이 쪼아주는 것처럼 말이다.고객사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헤드헌터가 줄탁동시(줄啄同時) 역할을 충실히 해냈을 때 '최종 합격'이라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처럼 필자가 고객사와 구직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을 이끌어 취업을 성공시킨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례 1 (고객사 : 미국 D호텔, 후보자 : 앙골라 거주 한국인 전기 엔지니어)

2015년 가을 이맘때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영어 알파벳 순으로 상위에 노출된 Ace Partners 당사의 사명을 보고 무작정 전화를 걸었단다)
용산 미군기지내의 5성급 호텔 인사담당자였다. 급히 전기 엔지니어를 추천해달라는 채용 의뢰였다. 처우조건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글로벌 기업 특성상 완벽한 워라밸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업무특성상 자유로운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봉 수준도 동종 업계 대비 꽤 높은 편이었다.

통화 종료와 함께 바로 자격요건과 연차, 나이, 직급대에 맞는 후보자 물색에 들어갔다. 시간관계상 먼저 당사 보유 인재DB에서 적정 후보자 한 명을 찾아 연락을 했다.
그는 이미 1년전에 국내 대기업 건설사의 해외프로젝트 요원으로 장기 파견되어 앙골라에서 근무중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모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국내에 체류중이어서 필자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안그래도 모친 때문에 귀국해서 일하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그는 흔쾌히 이직 제안을 수락했다.
고객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후보자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고, 후보자의 경력을 높이 평가한 고객사가 이틀 뒤 다시 출국해야 하는 후보자의 일정을 감안해 다음날 바로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후보자는 예정대로 출국해 앙골라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 귀국하여 모친의 병환을 돌보며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채용 의뢰 접수부터 입사 확정까지 단 24시간만에 전격적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된 최단기간 채용 성공 사례이다.

사례 2 (고객사 : 창원소재 국내 H제조사, 후보자 : 울산 거주 조선업 회계담당자)

울산에 조선업 불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나던 2016년이다. 창원소재 한 제조업체에서 대리급 회계담당자 채용을 의뢰했다. 필자는 당시 실직 위기에 처한 조선소 근로자들 중에서 한 사람을 찾아 후보자로 추천했다. 그는 당시 매출 2조원 규모의 대형 조선사에 근무하고 있었으나 임금 체불이 5개월 가까이 지속되어 아이 분유 값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침 회사에서는 전사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직원 누구든 회사를 떠나겠다고 하면 반기는 상황이었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추천으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후보자는 이직을 통해 좀 더 안정된 직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고, 고객사는 역량이 뛰어난 대기업 출신 직원을 가성비 좋은 연봉으로 채용할 수 있어서 상호 Win-Win의 결과가 되었다.

새 직장을 찾아 창원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주말부부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후보자는 이직 성공에 감사 의미로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하였다.
당시 후보자의 처지를 알고있던 터라 마음만 받겠다고 정중히 사양했지만, 회사로 배송된 아이스박스에는 정성껏 담근 여수 갓김치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또 선물에 동봉된 편지에는 후보자의 아내가 '신랑의 이직을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친정집에 요청하여 직접 담근 갓김치를 보낸다'는 내용이 정성어린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필자에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가슴 찡한 선물이었고,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선물이었다.

사례 3 (고객사 : 국내 항공기업 IT 계열사, 후보자 : 싱가폴 국적 웹개발자)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여름,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원어민급 백엔드 웹개발자 추천 의뢰가 들어왔다. 고객사는 국내 항공관련 모기업에서 투자한 유망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당시 쿠팡,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웹 개발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던 상황이어서 어느 누구도 이 작은 신생기업에는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후보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시선을 돌려 해외 거주 개발자들을 찾아보던 중 싱가폴에 거주하는 지원자 한 명과 연결이 되었다. 부모님이 중국인이고 싱가폴 국적을 가진 경력 5년차의 젊은 친구였는데 대학 때 한국으로 유학 와서 1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었다. 이때 생긴 한국에 대한 동경이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변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싱가폴 국적의 외국인이었지만 고객사가 원하는 원어민급 영어 실력과 개발자로서의 Tech Stack을 모두 갖춘 최적의 후보자였다.
ZOOM을 통한 온라인 화상면접을 진행하면서 Coding Test 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한 채용 과정이었지만 무사히 면접을 통과하였고, 당시 극심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E7 Work Visa 발급을 위한 각종 증명서 발급과 대사관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4개월만에 동경하던 한국 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유능한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게 된 고객사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기존에 계약된 수수료율 보다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 주었으며, 기준 연봉에 환율과 세금을 보정해보니 왠만한 기업의 임원급 채용수수료와 맞먹을 정도였던 글로벌 채용 성공 사례였다.

이상의 3가지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우수 인재 채용 및 구직자의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채용기업과 구직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줄탁동시’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다양한 채용 기업과 구직자를 찾아 연결시켜주는 HR Consultant(헤드헌터)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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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파트너스서치펌 오성은 부대표는 SK, LG, 대림(DL) 등 대기업에서 24년 이상 근무 및 재직기간 중 해외주재원으로 13년동안 미국/아시아/중동 등지에서 지사장을 역임했다.
귀국 후 ㈜에이스파트너스서치펌에 합류. 현재 50명 이상의 베테랑 컨설턴트가 근무하고 있는 ㈜에이스파트너스서치펌의 등기이사이자 부대표로 8년차 베테랑 컨설턴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국내외 글로벌기업 등의 C-Level 임원급 및 해외 우수인력 채용전문가로 사내 신입컨설턴트 전문가 육성과정, 해외 글로벌기업 고객 유치를 이끌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4개 기수로 선발된 수천명의 공과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산자부 산하 KOPIA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플랜트 전문인력 교육과정에서 강의하며 이들의 대기업 우수인력 채용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