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4세대 이동통신(LTE) 가입자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은 비슷한 수준인데 5G 가입자와 망을 나눠쓰면서 LTE 고객의 체감 속도는 느려지고 멤버십과 결합할인 혜택도 5G 가입자 중심으로 주어지고 있어서다.

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 전국 LTE 다운로드 속도는 최근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LTE 요금제 사용자들의 체감뿐 아니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측정한 속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통3사 로고 이미지/ IT조선DB
이통3사 로고 이미지/ IT조선DB
과기정통부가 조사한 전국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 자료를 보면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전년보다 느려지고 있다. 이에 이통업계에서는 5G망이 깔려있지 않은 지역에서 가입자들이 LTE 망을 같이 쓰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G 기지국 위주로 진행되는 설비투자도 원인이다. 정부와 고객들의 관심이 5G로 쏟아지면서 이통사들이 경쟁적으로 5G 기지국 설비투자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LTE 망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5G 요금제 출시 당시에는 고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현재는 LTE 요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데이터당 요금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T플랜 에센스’와 ‘5GX 레귤러’는 월 요금이 6만9000원으로 동일한 LTE와 5G 요금제다. 월 요금은 같지만 LTE 요금제는 100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5G 요금제에서는 110GB를 제공한다. 나머지 이통사들도 5G와 LTE 요금제 가격대와 데이터 제공량이 거의 같거나 5G 요금제에서 데이터 양을 조금씩 더 제공하는 식이다.

KT는 VIP에게 주는 멤버십 혜택도 5G 요금제 가입자들로 한정하겠다고 나섰다. KT는 12월부터 멤버십 VIP 요금제 월정액 기준을 6만9000원에서 7만5500원으로 인상한다. 기존에는 LTE는 6만9000원, 5G는 7만5500원으로 기준에 차별을 뒀지만 이를 통일한 것이다.

LTE 요금제는 6만9000원 다음 단계가 8만9000원이다. VIP 혜택을 위해서 2만원이나 비싼 요금제로 바꾸기엔 부담이 크다. 반면 5G는 6만9000원 다음 요금제가 8만원대로, 만원쯤만 추가하면 VIP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기준 금액 인상은 ‘프리미엄 가족결합’과 ‘프리미엄 싱글결합’에도 적용된다. LTE 요금제 기준 6만589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같은 가격에 품질이 떨어지고 혜택도 줄어든 LTE 요금제를 계속 사용할 고객보다는 5G로 이동하는 고객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한 국내 이통사들의 기술 투자에 따른 성과가 빠르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5G 만족도를 높이는 게 아닌 LTE 만족도를 낮춰 고객을 이동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제 기준은 많은 요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책정하고 있다"며 "LTE 고객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LTE 속도 하락과 관련해 정부에서도 품질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