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토큰(STO)의 명운을 가를 리플(Ripple)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다. 리플(XRP)의 승리에 무게가 쏠리는 듯 보이지만, 비트코인(BTC)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XRP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2년 째 이어진 리플랩스와 SEC의 싸움이 윤곽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9월 부터다. 아날리사 토레스 지방 판사가 이른바, ‘힌만 문서’를 SEC가 리플랩스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SEC가 궁지에 몰렸다.

월리엄 힌만(William Hinman) 전 SEC 기업금융국장의 발언은 리플 소송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힌만 국장은 2018년 한 세미나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탈중앙화 구조로 거래돼 증권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

증권이 아니라면 굳이 미국 금융시장법의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2020년 SEC가 리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근거도 없어진다. 당시 SEC는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고 XRP를 발행했다’고 문제 삼았다.

리플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리플과 이더리움이 같은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리플이 미등록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올 초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리플은 증권이 아니다. 리플이 증권이면 이더리움도 증권이어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도 리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리플랩스를 지지하는 ‘아미쿠스 브리프(amicus brief)’가 늘고 있는 점도 리플 측에 희소식이다. 아미쿠스 브리프는 소송과 무관한 전문가 단체나 개인 등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12개의 아미시(amici, amicus의 복수) 브리핑이 제출됐다. 이 단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미쿠스 브리핑을 신청한 주체는 ▲ICAN ▲아이리밋(I-Remit) ▲탭제츠(Tapjets) ▲스펜더비트(Spendthebits) ▲블록체인협회 ▲존E(John E) ▲디튼(Deaton) ▲크립토 혁신 위원회 ▲발힐 캐피털(Valhil Capital) ▲미국 디지털 상공회의소(Chamber of Digital Commerce) ▲디지털 월렛 서비스 업체 크립틸리안 페이먼트 시스템(Cryptillian Payment Systems) ▲베리 다오(Veri Dao LLC)등 12곳이다.

리플에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투자자를 상대로 XRP를 매매했다는 ‘2차 시장’이 여전히 논란 거리다. SEC는 "리플이 XRP를 기업과 특정 경영진이 아닌 2차 시장에 판매했다"며 미등록증권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플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존 디튼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리플이 투자자들에게 XRP를 판매하며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SEC에 반박했지만, 일부에서는 "리플 창업자가 XRP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판매하지 않았다면 2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측의 소송이 합의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가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는 데다, 이번 판결이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증권형 토큰 범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연방법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SEC가 약식판결을 요청한 상태다. 리플와 SEC는 약식관련 답변서 제출기한을 기존 15일에서 오는 30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리플 소송을 계속 추적해온 미국 연방검사 출신 제임스 K. 필란에 따르면 법원은 오는 2023년 3월 이전에 약식 판결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