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받아든 실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기업들은 국제 경기 악화와 고물가·고환율 등 어려움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 반면, 서서히 누그러진 코로나19 탓에 지난해까지 호황이던 몇몇 기업은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맏형격인 기업들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한동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우선 올해 3분기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 등 5대 제약사의 실적은 1조9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부진을 기록했지만 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어 냈다. 매출은 2분기까지는 유한양행이 1위였으나, 이번 3분기에는 녹십자가 선두에 올라서게 됐다.

한미약품(왼쪽)과 대웅제약이 외연 확장에 성공하면서 올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 각 사 제공
한미약품(왼쪽)과 대웅제약이 외연 확장에 성공하면서 올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 각 사 제공
매출에 비해 실적 부진한 유한·녹십자…성장 전략 통한 종근당·한미·대웅

제약업계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녹십자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다만 연결 기준 매출액은 4957억원, 영업이익은 4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각각 1.3%, 31.7% 줄었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매출 등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기저 효과다"며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898억원으로 전년보다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보다 58.4% 줄어들었다. 연결 기줄 매출액은 4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9년 2분기 이후 3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유한양행 측은 해외 사업 부문 중 원료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매출이 줄었고 연구개발 비용 상승이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종근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3분기 잠정 매출액은 3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7.1% 늘었다. 종근당의 3분기 실적 상승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활성비타민 벤포벨,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나 늘어 1조 매출에 근접해 졌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92억원과 790억원으로 전년보다 44.2%, 32.6% 증가했다. 한미약품의 외형확대는 국내 원외처방액의 상승세와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성장 덕분이다. 특히 북경한미약품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3.4% 증가한 930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3.7% 늘어난 301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26.7% 증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7월 출시된 신약 펙수클루를 비롯해 고수익 품목 중심의 성장과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수출 확대, 우호적 환율 효과가 호실적 달성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연매출 2조 눈앞인 삼바·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 영업익 1/5 토막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2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873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이로써 누적 매출액은 연결 기준 2조358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사상 처음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섰다. 회사 측은 "제품 판매량이 늘고 환율 상승 효과가 맞물리면서 이처럼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호조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의 실적 추정치는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조70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업이익 5484억원, 당기순이익 4842억원으로 각각 2.5%, 3.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이같은 호조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견인한 덕분이다.

이에 반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특수 종료로 인한 악재를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8% 떨어진 911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은 78.7% 감소한 21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분의 1 가량 줄어든 수치다.

회사 측은 "노바백스의 백신 위탁생산 물량이 줄면서 전반적인 위탁생산 매출이 감소했다"며 "지난 7월 체결한 코로나19 변이 백신의 기술이전과 위탁생산 계약은 내년부터 본격 적용돼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영광 모두 사라진 업계…진단키트 맏형들 줄줄이 하락

코로나19 유행과 바이오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난해까지 특수를 누리던 기업들이 일제히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SD바이오센서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줄어든 29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으나, 올 들어 지속적인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재유행할 당시인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이상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3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기 때문이다.

씨젠도 잔인한 혹한기를 겪고있다. 씨젠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1.0% 감소한 영업이익 130억원을 달성했다. 아직 3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기관들은 씨젠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을 1357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6%, 80.6%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타 업계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근 3년간 코로나19로 특수를 겪던 기업의 실적이 대폭 줄고, 기존 사업을 영위하던 전통제약사들은 외연 확장에 성공하며 호실적을 기록한 듯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상황 속에서 국내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든든하게 버텨줬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봐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