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취임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누적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만큼, 실적만 보면 연임이 무난할거라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간단치 않다. 역대 농협금융에 관출신 인사가 회장직을 맡은 사례가 많았고, 올해 정권 교체 이후 최근까지 다른 금융기관 수장으로 관출신 인사가 차례로 인선된 점은 부담이다. 내부출신인 손 회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 NH농협금융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 NH농협금융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연임 vs 교체 설왕설래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으로 경기위축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고객관점 디지털화 ▲ESG ▲글로벌 사업 발전과 안전성 ▲고객 자산관리와 은퇴금융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게 손 회장의 각오였다다.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62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누적 기준 1조9717억원을 달성,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1조8247억원보다 8.1%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실적만 보면 연임 가능성에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다.

게다가 지금까지 6명의 지주 회장 중 초대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한 역대 회장 모두 연임하거나 더 높은 자리를 받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용환 전 회장과 김광수 전 회장은 2년 임기 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광수 전 회장은 은행연합회장으로, 임종룡 전 회장은 임기 중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올 들어 정권 교체와 함께 관 출신 금융기관장 선임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여신금융협회장, 보험개발원장 등 모두 관출신이 수장에 올랐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조심스레 교체를 점치며, "농협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정책금융을 많이 펼치는 특성 탓에 관료 출신 회장이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시기적으로도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임명하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협 회장직의 경우, 초대 신충식 전 회장과 현직인 손 회장만 내부 출신이고, 나머지 4명은 모두 관출신이었다. 신 전 회장은 임기 3개월만에 회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한편 농협금융 회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지난 14일 꾸려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40일 내로 후보 추천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이 결정된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 NH농협은행
권준학 NH농협은행장. / NH농협은행
12월 은행장 임기도 만료…"연임 가능성 거의 없어"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역시 지난해 1월 취임, 올해 1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취임사와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올해 디지털 금융 강화에 힘썼다.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층 고객을 위해 모바일뱅킹을 전면 개편, 큰글씨 서비스 도입했고 홈화면에 고령고객이 주로 쓰는 서비스를 배치했다. 여기에 메타버스 플랫폼인 ‘독도버스’를 출시, 아바타를 생성해 쓰레기나 공병줍기 등 ESG 활동을 통한 환경보호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성과 역시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좋았다. 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459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375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으로 계산하는 예대마진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대출을 제외한 농협은행 가계예대금리차는 올해 7월 1.40%포인트, 8월 1.73%포인트, 9월 1.83%포인트로 집계됐다. 특히 8월과 9월에는 5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농협은행이 그만큼 이자장사를 잘했다는 뜻이다.

잇따른 성과에도 업계에선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본다. 농협은행장 자리는 연임된 경우가 거의 없다. 실제 2012년 3월 농협은행이 출범한 뒤 역대 은행장들은 1년간 임기를 마치고 1년 더 하는 식이었다. 권 은행장 역시 2년을 다 채웠기 때문에 신임 행장에 무게가 실린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