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요기요가 로봇 배달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는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로봇 배달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배달앱 중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유일하게 배달 로봇을 운영 중인데, 요기요가 배달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두 업체가 맞붙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배민이 운영하는 배달 로봇 ‘딜리’. / 우아한형제들
배민이 운영하는 배달 로봇 ‘딜리’. / 우아한형제들
17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최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하면서 요기요 익스프레스 배달대행업체에 ‘KT’를 추가했다. 개정 약관은 이날부터 시행된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전업 라이더들이 요기요 AI 시스템을 통해 가까운 거리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빠른 배달 서비스다.

배달대행업체에 KT를 추가한 이유는 로봇 배달 서비스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AI로봇 사업단’을 출범하고 로봇 배달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KT는 요기요가 정한 로봇배달 지역에 한해 위탁 배달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 도입 시기나 지역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요기요는 현재까지는 일정이나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어떤 서비스를 단순히 테스트해볼 때도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해 약관에 협력업체를 추가해야 한다"며 "로봇 배달 서비스에 대한 일정이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업계는 요기요가 로봇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데 무게를 실고 있다.

로봇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 주문이 몰릴 때 라이더의 배달을 로봇이 대신해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배달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배달앱들은 주문 수요가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원활한 배달을 위해 라이더들에게 단가를 높여 지급해왔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가 KT와 함께 로봇 배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로봇 배달 서비스는 라이더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거나 주문이 폭주할 때 배달 효율을 높여줄 수 있고, 배달앱 입장에서도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라이더 단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라이더의 출입을 꺼려하는 아파트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이 줄어드니 좋고, 라이더 입장에서는 바쁜 시간대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배달을 할 수 있으니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기요가 최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하면서 요기요 익스프레스 배달대행업체에 KT를 추가했다. / 요기요 앱 갈무리
요기요가 최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하면서 요기요 익스프레스 배달대행업체에 KT를 추가했다. / 요기요 앱 갈무리
현재, 배달앱 중에서는 배달의민족(배민)만 배달 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법적 규제 때문에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운영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9월 정보통신기술(ICT)규제샌드박스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실증특례를 받았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실증 특례를 받으면 새롭게 개발한 상품과 서비스의 안정성 등을 시험·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내에서 기존 규제망을 벗어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서빙로봇, 실내 배달로봇, 실외 배달로봇 등의 배달 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실내 배달 로봇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실외 배달로봇은 수원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엔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서 실내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각 동마다 실내 배달로봇을 배치해 라이더가 해당 동에 음식을 배달할 때 굳이 집 앞까지 가지 않고 1층에서 배달로봇에 음식을 실어 보내는 방식이었다.

세븐일레븐 자율주행 로봇 배달서비스. /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 자율주행 로봇 배달서비스. / 코리아세븐
배달앱 플랫폼을 포함한 유통업계는 배달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이더 운영 비용을 생각할 필요 없이 투자 대비 고효율을 내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율주행 로봇업체 뉴빌리티와 함께 서울 방배동 일대에서 배달 로봇 ‘뉴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세븐일레븐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점주가 상품을 뉴비에 실어 보내는 방식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9월말부터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 ‘모빈(MOBINN)’, 나이스정보통신과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 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인근 임직원 아파트에서 시범 운영한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2020년 LG전자와 함께 자율주행 배달 로봇 ‘도미 런’을 개발하고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업계는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여러 가지 법적 규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도로교통법은 무인물체가 보도를 통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녹지공원법은 중량 30㎏ 이상 로봇의 공원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생활물류법은 화물·이륜자동차만을 운송수단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 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정이 완화 기조로 여러 가지 법 개정 논의 및 행정적 준비들을 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완화된 규제가 없지만 향후 도로교통법 등의 법 개정을 통해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9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의 일환으로 배달 로봇 제도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3년부터 배달 로봇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법·제도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배달 로봇을 ‘보행자’로 분류해 도보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생활물류법 개정을 통해 운송수단을 화물·이륜차뿐 아니라 로봇·드론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