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메타버스를 향한 꿈이 꺾였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지 1년만이다. 마땅한 수익구조 없이 막연하게 가상현실(VR)에만 집중한 것이 패착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메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 메타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뉴욕, 오스틴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은 두 곳을 하나로 합친다. 이는 실적 악화로 전체 직원 13%에 달하는 1만1000명을 해고한 것에 이은 비용절감 조치다.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메타버스 사업의 막대한 영업손실이다.

앞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전부터 메타버스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저커버그는 2014년 VR HMD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저커버그는 세계적인 메타버스 열풍에 발맞춰 2021년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다. 그는 VR·AR 등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저커버그는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에 매년 100억달러(약 14조원)씩 10년을 투자하기로 했다.

VR에만 머문 메타의 메타버스

문제는 저커버그의 메타버스가 결국 VR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메타는 그동안 VR 관련 콘텐츠에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그 동안 메타의 메타버스는 VR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2014년 인수한 오큘러스부터 시작해 VR HMD를 판매해 왔던 것이 이유로 풀이된다.

가장 좋은 예는 메타가 10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한 팝업 ‘모든 것이 내 세상, 밋 메타’다. 메타는 팝업의 1층을 ‘메타버스 오프라인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체험 공간은 모두 메타의 HMD를 쓰고 VR을 체험하는 구조였다. HMD를 쓰지 않는 공간은 웹브라우저에서 VR·AR을 지원하는 ‘웹엑스알(WebXR)’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 곳 정도다. 전부 VR 메타버스다.

메타가 사명을 메타로 바꾼 뒤 처음 선보인 VR HMD ‘메타 퀘스트 프로’도 VR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메타가 매년 개최하는 콘퍼런스 행사 ‘메타 커넥트 2022’에서 소개됐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업한 업무용 HMD다. MS, 어도비, 줌 등과 협업해 메타버스 업무 환경을 지원한다는 구상이었다.

VR을 기반으로 한 메타의 메타버스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VR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성비’ 문제가 메타 메타버스 사업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메타 퀘스트 프로의 경우 219만원이지만 배터리 지속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다. 기능도 HMD를 쓰지 않고 MS 오피스나 어도비, 줌 등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굳이 메타 HMD를 사서 메타의 메타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메타의 VR 소셜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도 VR 문제점은 그대로다. 특히 부족한 콘텐츠가 문제다. 이 외에도 상반신만 존재하는 아바타, 아바타의 저품질 그래픽, 잦은 오류 등이 발목을 잡았다. 저커버그는 올해 8월 호라이즌 월드 내 자신의 아바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1990년대 그래픽 같다며 조롱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메타의 메타버스는 VR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메타버스 분야도 그렇다. VR 보편화는 기술적·비용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업무용일 경우 특히 기존 기기로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어야 보급이 쉽다. 젭(ZEP), 오비스 등 다른 비즈니스용 메타버스가 VR 대신 웹 기반 2D를 채택하는 이유다. 하지만 메타는 보급이 어려운 VR이 주력이다. 3D나 VR 등 고사양을 요구할수록 보급이 더 어렵다. 온라인 활동을 위한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VR 기기를 일평균 8시간 착용하고 일하기 위한 ‘멀미’도 해결해야 한다.

정세형 오비스 대표는 "VR이 업무용으로 사용되려면 기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회사가 원격근무를 한다고 많은 직원에게 비싼 기기를 보급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빠른 인터넷을 보장하지만 원격근무를 하면 각 가정의 인터넷 환경이 빠르다는 보장은 없다"며 "원격근무는 집이나 호텔, 카페에서도 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고사양 서비스는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 메타버스 환상 버릴 수 있을까

저커버그는 메타의 주주를 설득해야 하고, 이용자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주들은 메타의 투자가 줄기를 원한다. 헤지펀드 알티미터캐피털의 브래드 거스트너 최고경영자(CEO)는 메타에 공개서한을 보내 "메타버스 사업 투자를 연 50억달러(약 6조6500억원)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커버그와 메타가 여전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메타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정의를 몰라 메타의 메타버스 생태계는 불발될 것이다"라며 "메타의 의도적 메타버스 생태계는 실패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