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10년 4월호 표지와 스마트폰 OS 플랫폼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10년 4월호 표지와 스마트폰 OS 플랫폼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한 후 37년 가까이의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부분은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 지금 스마트폰만 열어 봐도 영상 공유 앱, 메시징 앱, 쇼핑 앱, 배달 앱 등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벌어진 경쟁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 즉, 스마트폰 OS 시장도 거대한 경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막 태동했을 당시 글로벌 IT 기업들은 예측했을 겁니다. PC 시장(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애플의 맥 OS)처럼 스마트폰 OS 시장을 두 개, 많아봐야 세 개 정도의 플랫폼이 이끌어 갈 것으로요. 더욱이 당시에도 스마트폰 사용률이 더 높아지고 미래에는 모바일 환경이 PC 기반의 웹 환경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기 때문에 모바일 시장에서만큼은 자신의 기업이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입니다.

주요 스마트폰 OS 로고 / IT조선 갈무리
주요 스마트폰 OS 로고 / IT조선 갈무리
2010년 스마트폰 OS 시장에는 10개가 넘는 플랫폼이 존재했습니다. 마소 매거진 2010년 4월호 커버스토리 ‘한눈에 보는 스마트폰 OS 플랫폼’에는 심비안, 윈도 모바일, 블랙베리 OS, 아이폰 OS(iOS), Qtopia, 리모(LiMO), 마에모(Maemo), 모블린(Moblin), 미고(Meego)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소개됩니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거머쥐고 있던 노키아의 심비안,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설명이 더 필요없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블랙베리의 OS 등 시장 선점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기업들이 포진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비안 OS 기반의 노키아 폰 / 테크크런치
심비안 OS 기반의 노키아 폰 / 테크크런치
심비안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3억3000만대 이상에 설치된 운영체제였습니다. 1998년 에릭슨, 모토롤라, 노키아 등의 휴대폰 벤더들이 심비안 얼라이언스를 결성했고, 2008년 노키아가 심비안을 인수했습니다.

윈도 모바일은 원래 PDA용으로 개발된 윈도CE를 기반으로 하는데요. 역사로만 보면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일 것입니다. 2010년 마지막 모바일 OS ‘윈도 폰7’을 선보이며 가장 최근까지 iOS와 안드로이드의 경쟁 OS 역할을 했죠.

블랙베리 OS 기반의 블랙베리 폰 / onsitego.com
블랙베리 OS 기반의 블랙베리 폰 / onsitego.com
블랙베리 OS는 비즈니스 스마트폰의 대명사 ‘블랙베리’를 창조해 낸 일등공신입니다. 제조사는 캐나다의 RIM(Research In Motion)으로, 멀티태스킹 지원 및 안정적이고 빠른 성능이 강점이었다고 마소 매거진에는 설명돼 있습니다. 이메일, 일정 관리, 보안 등 비즈니스 환경에 특화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던 OS였습니다.

(왼쪽부터) 트롤테크의 Qtopia OS 폰과 미고(Meego) OS 기반의 노키아 폰 / IT조선 갈무리
(왼쪽부터) 트롤테크의 Qtopia OS 폰과 미고(Meego) OS 기반의 노키아 폰 / IT조선 갈무리
Qtopia는 노르웨어의 트롤테크에서 공개한 PDA/모바일 플랫폼으로, 모토로라, Amoi, ZTE, Long Cheer, 삼성 등의 휴대폰에서 사용됐습니다. 리모는 2007년 삼성전자, 모토로라, NEC, 파나소닉 등 휴대폰 제조사와 NTT도코모, 보다폰 등의 통신사업체들이 모여 만든 스마트폰 플랫폼입니다.

마소 매거진에는 이 외에 노키아의 마에모, 인텔 주도의 모블린, 노키아와 인텔이 각자의 플랫폼을 통합한 미고, 모토로라의 모토맥스, 삼성전자의 바다 등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톱기업들이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에 총력을 기울였을 때, 그들 모두는 이 시장을 리드하는 플랫폼을 가져가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플랫폼은 이제 사용해볼 수 없게 됐죠. 실패에는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에게도 스마트폰 OS 전략의 패착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즉 iOS와 안드로이드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기업들의 패착보다는 애플과 구글의 ‘신의 한 수’가 지금의 구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당시에도 iOS와 안드로이드가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 상황이 어느정도 예상되기는 했습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