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기업의 연말 인사가 임박했다.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곳은 LG그룹이다. LG는 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인 2021년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안정과 내실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는 최근 각 계열사의 경영 상황을 점검하는 사업보고회를 마무리했다. 24일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가 열리며, 동시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9월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LG
9월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LG 회장(왼쪽)이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LG
무엇보다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4인으로 구성된 현행 부회장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권봉석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와 LG에너지솔루션으로 각각 옮긴지 1년이 됐다. 구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장기적 구상을 바탕으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만큼 임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2월부터 대표를 맡아오며 그룹 내 ‘최장수 CEO’ 타이틀을 보유한 차석용 부회장의 거취는 불확실한 면이 있다. 차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중국 봉쇄 장기화, 환율 상승 등 외부 요인 영향을 받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차 부회장이 1953년생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2023년이 되면 만으로 70세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있다. 정 사장이 이끄는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정 사장은 2019년 취임 후 LG이노텍의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7년째 LG CNS를 이끄는 중인 김영섭 사장도 부회장 승진 후보 중 한 명이다. 김 사장은 LG CNS의 디지털전환(DX)과 함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월 LG전자 대표로 공식 취임한 조주완 사장은 전장(VS)사업을 흑자로 전환하는 등 성과를 냈다. 유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취임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도 2027년까지 비통신 비중 40%, 기업가치 12조원 목표 등 중장기 비전을 내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3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어서 쇄신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재무통인 정 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연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정 사장이 그룹 내 다른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일부 LG 계열사의 경우 실적 부진이 뚜렷하지만, 지난해 변화 폭이 컸기에 부회장·사장단 인사는 안정 중심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부사장급 이하 인사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라 더 많은 80년대생 및 여성 인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