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사들이 잇따라 감산에 돌입해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었다. 애플이 2023년부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인텔 역시 DDR5 D램을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년 초 출시한다는 소식이 나와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내년부터 중국 YMTC의 낸드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삼성전자 제품을 추가로 납품받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공장에서 만드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구매해 아이폰15 등의 신제품에 사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세계 최고 용량의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세계 최고 용량의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애플은 당초 YMTC의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중국 시장용 제품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월 YMTC가 미국 상무부가 정한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에 포함되자 낸드플래시 구매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20% 감산을 발표한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메모리업체와 달리 감산없는 판매 확대로 재고를 소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재고자산은 26조3652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원)보다 60.2% 늘었다.

삼성전자는 내년 DDR5로 세대교체를 통한 D램 업황 반등도 기대하고 있다.

DDR5는 DDR4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차세대 D램 규격이다. 최근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14나노 DDR5 D램 / 삼성전자
삼성전자 14나노 DDR5 D램 /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4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2023년 1월 중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에서 점유율 90%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가 예정대로 출시되면 2023년 상반기부터 DDR5 채용이 가속화 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체 D램 출하량에서 DDR5 비중이 2022년 4.7%에서 2023년 20.1%, 2025년엔 40.5%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고객사 재고조정 폭이 커 수요 약세가 보이는데,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확대되고 신규 CPU(중앙처리장치)를 위한 DDR5 채용도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