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히던 ‘인공지능’은 이제 어느덧 우리의 삶 속에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하지만 이 인공지능은 여전히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이 아니며, 앞으로도 인공지능의 활용에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이지형 교수는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인공지능대상’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2022 AI 경영자 포럼’에서, ‘AI 기술의 이해’ 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에 대한 질문과 앞으로 고민해야 될 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가 아니며, 기존의 문제 해결 방법과 상이한 성격을 가진 인공지능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학교 이지형 교수는 인공지능의 정의에 대해서부터 질문을 던졌다. /IT조선
성균관대학교 이지형 교수는 인공지능의 정의에 대해서부터 질문을 던졌다. /IT조선
이지형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학계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기술 변화의 속도도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느려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 준 중요한 계기로는 2011년의 IBM 왓슨, 그리고 2016년과 2017년의 구글 알파고를 꼽았으며, 지금은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의료 등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제는 인공지능이 영상이나 그림, 글 등 ‘창작’의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우리가 ‘인공지능’이라 부르는 개념은 그 이름 덕분에 개념적인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교수는 이 ‘인공지능’에 대해 실제 지능과 생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일단 인간의 두뇌 구조는 단순하지 않고, 뇌의 연산량과 규모를 하드웨어로 구현하기부터 쉽지 않다. 물론 하드웨어가 있어도 ‘인공지능’을 구현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지능’과 ‘생각’에 대한 정의가 매우 어려워서, 구현해야 할 대상이 불분명하므로 만드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지금의 ‘인공지능’은 보통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기술’로 다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도구가 아니며, 인공지능 기술로 다루기 적절한 문제에 사용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적절함’은 문제를 다루는 방법론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지식과 규칙 기반의 ‘연역적 방법론’과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귀납적 방법론’ 사이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귀납적 방법론’이 적용되는 문제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이지형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조직과 방법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조선
이지형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조직과 방법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조선
이 교수는 기존의 조직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론’의 차이를 지적했다.

기존에 연역적 방법론을 주로 사용하던 조직에 전혀 다른 성격인 귀납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조직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방법론에서 ‘디지털 변혁’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조직의 변화에 수반되는 비용과 변화로 인한 수익 사이의 딜레마가 생기는 등 ‘현실적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지목됐다. 그리고 데이터 중심의 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지양할 것이며,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언급되는 ‘AI의 겨울’에 대해서는,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늘날 데이터는 빠르게 쌓이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고, 누군가는 이러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투자에 대한 회수와 평가도 인공지능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접근 방향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