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23일과 24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내 첫 여성 CEO가 등장하고, 신규 임원의 92%가 70년 이후 출생자로 구성되는 등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대거 발탁됐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 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 DB
LG그룹은 2023년도 인사에서 '미래 설계'에 방점을 찍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영향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미래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실시했다.

LG그룹은 연구개발, 고객경험뿐 아니라 생산, 구매, SCM, 품질/안전환경 등 분야를 망라해 철저히 미래 경쟁력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의 신규 임원은 31명이고, 신규 임원 114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했다.

이번 인사는 LG그룹 총수의 경영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라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성장' 이끌어낼 인재 발탁

LG그룹은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끌 핵심사업에서 승진 인사를 확대했다.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승진자를 배출했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승진자가 나왔다.

LG전자는 세계 1위 가전 사업은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최근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장(VS)사업은 더 높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인재를 선발했다. 성장이 기대되는 LG이노텍과 LG CNS 등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발탁했다.

LG그룹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CEO를 대부분 재신임했다.

다만,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취임한 후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2021년까지 17년 연속 성장 기록(매출 9배, 영업이익 22배 이상 성장)을 세웠고,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사업 다각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후진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용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 부회장의 후임이었던 이정애 CEO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왼쪽부터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차동석 LG화학 CFO 겸 CRO 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CEO 사장 / LG전자
왼쪽부터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차동석 LG화학 CFO 겸 CRO 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CEO 사장 / LG전자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총 3명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2021년부터 H&A사업본부장을 맡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생활가전 세계 1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차동석 LG화학 CFO 겸 CRO 사장은 LG화학, ㈜LG, 서브원 등을 두루 거친 재경 전문가다. 다양한 사업의 성공적인 인수·합병·분할에 기여했고, 경영 리스크 예방 및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바탕으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며 LG화학의 미래 전략을 추진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CEO 사장 역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LG생활건강의 주요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핵심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했다. 향후 화장품 사업의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LG그룹은 미래 준비 관점에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주도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늘려왔다. 2021년부터 2년 연속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이 신규 임원이다.

이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발탁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신규 임원 중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이며,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 상무다. 그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씽큐앱의 성능 향상 등에 기여해 승진했다.

LG그룹은 이번 연말 인사와 별도로 올해 19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영입한 외부 인재는 총 86명이다.

주요 영입 사례로는 AI·빅데이터 분야의 한은정 LG전자 CTO AIX실장(전 아마존 사이언스 매니저), 김영훈 LG에너지솔루션 프로세스AI담당 상무(전 아마존 사이언스 매니저), 정윤호 LG CNS D&A사업부 수석전문위원 상무(전 파인트리파트너스 컨설팅 본부장),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장 부사장(전 메타 한국 대표), 조병하 LG전자 HE플랫폼사업담당 전무(전 하만 인터내셔널 에코시스템 사업총괄), 조지혜 LG화학 생명과학 신사업기획담당(전 휴젤 전무) 등이다.

R&D 및 고객가치 분야 인재 확대

LG그룹은 신기술 개발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도 중용하며 기술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R&D(SW 포함) 분야에서 신규 임원은 31명이다. 이번 인사를 포함해 그룹 내 전체 임원 가운데 연구개발 분야 임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어났다.

LG그룹은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를 늘리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CS(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발탁했다. CS 분야 임원 수는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증가했다.

여성 CEO 2명 선임…실력과 전문성 갖춘 인재 중용으로 다양성 강화

LG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2명의 여성 CEO를 선임했다.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생활건강의 CEO를 맡았다. 박애리 지투알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CEO에 선임됐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에서 여성 임원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구광모 대표가 취임했던 2018년에는 여성 임원 수가 29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총 64명으로 늘어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