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된 정보 중 어느 것도 귀하를 개인적으로 식별하지 못합니다" 애플의 장치 분석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명시된 문구다. 아이폰 분석을 원하지 않으면 기기 설정 '분석 및 향상 탭'에서 장치 분석용 데이터 전송을 막을 수 있는데, 이 기능을 끈 후에도 애플에 정보가 전송된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 소비자들은 애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따르면 개인 데이터는 전혀 기록되지 않거나 혹은 차등 개인 정보와 같은 개인 정보 보호 기술의 적용을 받는다.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는 애플에 전송되기 전 모든 보고서에서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이폰 설정에서 앱 추적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애플이 애플뮤직, 애플TV, 아이튠즈 스토어와 같은 일부 자사 앱으로부터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애플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행태를 처음 폭로한 것은 미스크(Mysk)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연구원이다. 미스크는 애플이 개인정보 설정에서 '사용 중지'를 해놔도 앱 스토어에서 사용자가 누른 키, 본 앱, 본 광고, 심지어 앱을 본 시간까지 포함해 실시간으로 개인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제보했다. 아이폰의 분석 데이터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와 연결된 ID 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지금까지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거치는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내세웠다. 애플만의 차별화된 전략이었다. 그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이용자의 실망도 크다.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는 이유다.

앞서 구글은 2014년부터 사용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위치 추적 기능을 꺼두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사용자 위치 정보를 지속 수집했다. 미국 워싱턴DC, 텍사스, 워싱턴, 인디애나주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구글은 코네티컷주를 포함한 40개 주 정부에 5000억원에 상당하는 합의금을 배상한 바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할 목적이라면, 애당초 고객에게 동의를 구해야 했다. 이번 사태처럼 고객 몰래 정보를 빼내는 것은 기업 윤리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행위이자 개인정보보호법을 무시한 처사다.

기술의 진보는 사용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불법적으로 수집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해 자사 수익을 확대하는 등의 행태를 지양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은 미흡한 소비자 보호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말로만 '투명성'과 '개인정보보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기본이다. 아무리 진보한 기술을 지닌 기업이라도 소비자 기만은 엄중 대처해야 한다. 제2의 구글, 애플이 나와서는 안된다. 배신은 두 번으로 족하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