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감기약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품귀현상을 막기위해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해열제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 인상부터 도매상, 약국 등의 매점매석 행위를 감시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에 돌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실효성이 있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해열제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가격을 인상하면서까지 감기약 품귀 현상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 픽사베이
정부가 해열제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가격을 인상하면서까지 감기약 품귀 현상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감기 관련 의약품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제약 진해거담제 코대원의 경우 3분기 누적 매출액 4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05억원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대원제약 3분기 누적 매출액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동아제약 종합 감기약 판피린도 전년 대비 40%로 상승한 매출 391억원을 기록했다. 안국약품 호흡기용제 시네츄라는 전년 138억원보다 180% 가량 증가한 382억원을 기록, 회사 전체 3분기 누적 매출액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이 늘었다.

유한양행 감기약 코푸시럽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한 215억을 기록했다.

심평원이 조사한 3분기 누적 진해거담제 청구액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1907억원) 56.5% 성장한 298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연간 청구액인 2773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외래 처방에 주로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1년새 7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3분기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늘었다.

특히 3분기 처방액은 올해 1분기 대비 138.6% 가량 증가하면서 재유행 여파로 인한 감기약 처방 증가가 분명하다는 점이 확실시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최근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 등 아세트아미노펜 650㎎ 19개 품목의 대한 상한금액 조정신청을 받아들였다.

보건복지부는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상한금액 인상 조정을 의결, 12월 1일부터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상한금액을 2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650밀리그램의 상한 금액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70~90원이며, 2023년 12월 이후에는 일괄적으로 70원이 적용된다.

업계는 실제 약가 인상이 실시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이미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감기약으로 발생되는 순이익은 미미했기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효과가 발생할지 여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재확산, 독감 유행 등에 따른 감기약 부족에 대비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 21품목에 대해 내년 3월까지 도매상‧약국의 매점매석 등 부당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또한 관련 제약사‧도매상에 신속한 공급내역 보고를 요청했다.

이는 최근 일부 소형약국 등이 해당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공급이 불균형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의 약가 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도매단계에서 매점매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에 대한 조치다.

도매상, 약국이 판매량(사용량)에 비해 과도한 양을 구입하거나 약가 상승을 노리고 판매를 보류하는 행위는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매점매석행위 또는 판매량 조정으로 도매상·약국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거나 환자의 조제‧투약에 지장을 주는 행위일 소지가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2023년 3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해 해당 품목의 공급 현황 등을 상시 모니터링해 매점매석 등 위반 정황이 확인될 경우 지자체 등에게 고발, 행정처분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약사, 도매상이 해당 제품이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해당 제품 판매 시 특정 제품 등을 끼워서 판매하는 등의 부당행위도 약사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약사회 등을 통해 부당행위 사례 등을 제보받아, 필요 시 도매상 등에 금지할 것을 안내하거나 제재조치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반대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아세트아미노펜 약가조정신청을 수용결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비판하며, 이같은 행동은 품절사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약은 "제약사들이 다양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특정 성분에 대해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약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욕이다"며 "물가 등이 이유로 의약품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건강보험의 약제비 증가속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약은 이번 결정이 환자의 의약품 구매부담과 건강보험재정 고갈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약품 가격 인상 논의를 멈출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감기약 품귀현상과 더불어 국내 제약 시장 전체가 이번 정부 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사실상 제약사는 최선을 다해 약을 생산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품귀현상은 주로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