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 현실 세계를 이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를 수주할 수 있을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 네이버 제2사옥 1784. / 네이버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 네이버 제2사옥 1784. / 네이버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네옴시티를 조성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이버에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역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앞세우고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노리고 있다.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네옴시티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스마트시티에 네이버 솔루션을 활용할 부분이 많다"며 "이달 초 사우디 측이 네이버 기술에 관심을 보여 네옴시티 수주지원단과 함께 사우디를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부 타부크 지역의 초대형 미래도시 프로젝트다. 최첨단 저탄소 스마트시티가 목표다. 면적은 서울시 44배에 달한다. 프로젝트는 500m 높이 건물 두 개를 170㎞에 걸쳐 하나로 잇는 핵심 주거단지 ‘더 라인’과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지름 7㎞의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등으로 구성된다. 네옴시티 전체를 건설하는 비용은 1조달러(약 132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적 관심사 ‘네옴시티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AI)과 로봇(Robot), 클라우드(Cloud)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인 '아크(ARC·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네이버가 최근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자사의 메타버스 생태계 ‘아크버스(ARCVERSE)’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메타버스(가상공간)으로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메타버스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주로 스마트팩토리 등의 비용 효율화나 재해·재난 대책 수립 등에 활용돼 왔다.

여기에 네이버는 아크아이 외에도 어라이크(ALIKE) 같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보유했다. 네이버는 초대형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에 자사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이용한 국립중앙박물관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 네이버랩스
네이버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이용한 국립중앙박물관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 네이버랩스
네이버 디지털 트윈 솔루션 강점은?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스마트시티 규모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네이버의 솔루션은 싱가포르의 ‘버추얼 싱가포르’ 구축 비용 10분의 1과 더 적은 시간을 들여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식이다.

강상철 책임리더는 "싱가포르가 수작업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며 많은 시간이 걸렸고 70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며 "네이버 솔루션을 사용하면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규모 디지털 트윈 구축 경험을 보유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올해 완공된 네이버 제2사옥 1784와 국립중앙박물관의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그 예다. 1784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립됐다. 로봇,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등이 접목돼 미래형 공간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1784 내부에는 로봇 80여대가 돌아다닌다. 세종시에 건립 중인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도 있다. 각 세종은 1784에 이어 네이버의 각종 디지털 트윈 솔루션 실험을 진행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한다.

네이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구현한 AR 내비게이션도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다. AR 내비게이션은 정밀한 실내 측위 기술과 AR 기능을 활용해 관람객들의 생생한 관람 경험을 돕는다. 빗살무늬토기나 진흥왕순수비 등 특정 전시물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유물의 상세 모습이나 발견 당시의 환경이 AR로 구현된다.

네이버는 2020년 서울시와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도 구현했다. 네이버랩스가 2020년 6월 AI 기술과 항공 사진 처리 기술을 결합해 서울시 전역을 3D 모델링화한 것이다. 네이버는 605㎢ 규모에 해당하는 서울시 전역과 해당 지역 내 건물 60만동을 모두 3D 모델링으로 구현했다. 당시 촬영한 항공 사진은 2만5000장쯤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도시계획심의, 도시바람길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고 있다. 3D 서울시는 행정정보 제공을 위해 ‘스마트서울맵’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수주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 기술을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 같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