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6년 7월호 표지와 ‘PC 인터페이스 대중화의 견인차, USB’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6년 7월호 표지와 ‘PC 인터페이스 대중화의 견인차, USB’ 기사 이미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한 후 37년 가까이의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다들 ‘Universal Serial Bus‘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거의 매일 사용하니까요. 약칭으로 표기하면 ‘USB’입니다.

(왼쪽부터) USB 2.0과 USB 3.0 이미지 / jmto-earbuds.com
(왼쪽부터) USB 2.0과 USB 3.0 이미지 / jmto-earbuds.com
USB는 노트북에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등 각종 주변기기들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손톱 만한 크기의 USB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해 휴대할 수도 있고, 외장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죠.

컴퓨터는 물론이고, 각종 전자기기에서부터 차량까지 장착돼 있는 USB는 숨구멍처럼 전자기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결 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USB를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해 집니다. 마소 매거진 1996년 7월호에는 ‘PC 하드웨어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특집 기사로 ‘PC 인터페이스 대중화의 견인차, USB’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USB의 규격은 컴팩, DEC,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NEC, 노던 텔레콤 등 7개 업체가 구성한 연구그룹에 의해서 개념이 확립돼 개발됐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USB 버전별 전송 속도, 충전량, 출시 시기 비교표
USB 버전별 전송 속도, 충전량, 출시 시기 비교표
당시 USB의 전송 속도는 12Mbps였습니다. USB 1.1 버전일 때였는데요. 이 속도는 당시 직렬 포트의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른 속도였습니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 전송 방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죠.

이후 USB 2.0에서는 전송 속도가 480Mbps로 향상됐고, 지금 사용하는 USB 3.2 버전에서는 5Gbps에 이릅니다. 참고로 스마트폰 충전 단자이기도 한 UBS-C 타입은 최대 40Gbs의 전송 속도를 보입니다.

(왼쪽) USB와 주변기기 연결과 (오른쪽)USB에 연결될 수 있는 허브의 형태 / IT조선 DB
(왼쪽) USB와 주변기기 연결과 (오른쪽)USB에 연결될 수 있는 허브의 형태 / IT조선 DB
당시에는 USB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의 연결은 물론 하드 디스크, 플로피 디스크, CD-ROM 드라이브 등을 USB에 연결만 하면 된다고 극찬하고 있는데요.

매거진은 "지금 컴퓨터의 뒤를 보면 마우스, 키보드, 스피커, 직렬 포트(RS-232C), 프린터 포트, SCSI 인터페이스(외장 하드 디스크와 스캐너를 연결)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에 마우스, 키보드, 직렬 포트, 병렬 포트, SCSI 등은 모두 USB 방식의 제품이 개발돼 시장에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모두를 단 한 개의 인터페이스를 공유하게 만들어서 연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연결의 다양성, 전송 속도의 장점을 이용해 연결 거리를 5m에서 200m까지 늘리고, 나중에는 광케이블을 통한 장거리 접속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췄습니다. 당시에는 와이파이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는 상용화 하기에 이른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중심 운영체제는 윈도95, 윈도NT였는데 USB를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97 버전부터 USB를 기본 버스 구조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1997년부터 윈도 운영체제에서 지원하기 시작했고, 메인보드를 비롯한 각종 기기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윈도98이 출시된 1998년이었습니다.

이후 USB의 행보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IT 산업은 변화의 상징입니다. 기술, 플랫폼, 서비스, 규격 심지어 문화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니까요. 그런 환경에서도 30년 가까이 한번 정해진 규격을 그대로 가져갔다는 점은 꽤 특이해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전기가 통하고, 데이터가 전송되는 거의 모든 기기들이 연결 단자로 USB를 채택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트북, 프린터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선풍기, 가습기, 무선 충전기, 스탠드 등 5V의 전기만 있으면 작동이 가능한 모든 제품들에게 USB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