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연임’과 관련해 신중 모드에 돌입했다. 경선을 통해 KT를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을 뽑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구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었다. 구 대표와 KT가 신중하게 고심하겠다고 판단한 데는 국회 후원금 관련 사법리스크와 계열사인 KT텔레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 다양한 현안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T 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아닌 구 대표 스스로 연임 적격 판단을 뒤집은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올 수 있다. 구 대표의 말처럼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 탓인지 아니면 정계 등 주변의 압력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구 대표의 KT 대표 연임이 코앞이었으나, 결국 국민연금의 소유분산기업 관행 언급 후 직접 이사회 판단을 뒤집었다. 최대주주의 제동은 구 대표에게 큰 부담이 됐다. 8일 국민연금은 재벌그룹과 달리 KT처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자 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 결정을 직접 저격한 것은 아니지만 경계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KT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 발표 후 한발 물러선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KT는 올해 3월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종옥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자 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 박 대표가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가 박 대표의 자진사퇴 결정을 유도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한편, KT 이사회의 적격 판정을 받은 기존 CEO는 보통 단독 후보로 추대가 되고, 다음해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한다. 하지만 경선 결정에 따라 진행 과정이 복잡해졌다. 주주총회 전 경선이 끝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주총장이 CEO 선임을 묻는 투표의 자리가 될 수도 있다.
KT 내부 정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T 이사회가 아닌 구 대표 스스로 복수후보를 심사하자고 한 것은 그가 스스로 경선 레이스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구 대표가 다양한 우려 요소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며, 경선 투표가 주총장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