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제조·유통·물류·소비·금융 등 산업 전 분야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기본법 제정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블록체인 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과 전략적 극복과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김영수 IT조선 대표가 15일 열린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IT조선
김영수 IT조선 대표가 15일 열린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IT조선
조선미디어그룹 ICT 전문매체 IT조선은 서울 국회에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를 개최했다. 블록체인 빅블러(Big Blur) 전망과 대비를 주제로 블록체인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외 각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발제와 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오전에는 제도 개선과 시장 발전 방안을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주제로 ▲웹3 ▲금융 ▲보안 등의 세 가지 관점에서 발표가 이어졌다.

"블록체인 규제, 표준화 필요...투자자 보호도 우선 돼야"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피터 컬스튼스(Peter Kerstens) 유렵연합(EU) 집행위원회 고문은 유럽 미카(Mica) 가상자산 법률안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미카는 EU의 암호화폐 규제안이다. 앞으로 EU 내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인가를 받거나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피터 컬스튼스 고문은 "미카 법안을 마련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발행’ 규제에 할애했다"며 "특히 자산에 준거한 토큰, 전자화폐 토큰에 대한 규정을 세울 때 장기간의 협상이 오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미카 법안의 관련 조항을 준수하기까지 발행자는 12개월 뒤에, 서비스 제공자는 18개월 뒤라는 시간이 걸린다"며 "이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온 레온 풍(Leon Foo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새로운 신뢰 증진과 투명성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의 표준화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 태평양 대표가 15일 IT조선의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 태평양 대표가 15일 IT조선의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풍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자산을 분리해 바라볼 때, 블록체인이 금융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을 가져올 것이란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에 앞서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도 미카(MiCA)와 같이 용도를 면면히 살펴 분류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규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탁에 대한 규제 개선을 통해 업계 투명성을 개선해야 하고 가장자산을 보관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시장의 특성을 적용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고객 자금뿐 아니라 준비금과 부채 등 거래소의 재무구조 또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와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는 투자자 보호와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1만여개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거래소에 신규 등록됐음에도 50%는 등록 폐지됐고, 등록 폐지된 가상자산의 50%는 3년을 넘기지 못했다"며 "금융시장 역사에 따른 다양한 소비자 보호 장치의 발전에 비해 가상자산시장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재욱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존재하지만, 해당 신고제는 투자자를 보호하거나 영업 규제를 위한 목적이 아닌 자금세탁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며 "디지털 자산 규제는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회복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이용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율하는 식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과 증권형 토큰 등 해석기준 마련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웹3.0·NFT·메타버스 등에 적용...법규 마련돼야"

오후 세션에서는 ‘웹3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웹3.0, NFT(대체 불가능 토큰), 메타버스,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블록체인에 관한 발표가 진행됐다.

김종승 SK텔레콤 디지털에셋기획팀장은 "웹 3.0 시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생각해보면 고객이 처음 진입하는 접점, 그걸 지갑으로 봤다"며 "웹 3.0이 대중화됐을 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NFT"라고 말했다.

김종승 SK텔레콤 디지털에셋기획팀장이 15일 IT조선이 개최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웹 3.0 시대, 지갑과 NFT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IT조선
김종승 SK텔레콤 디지털에셋기획팀장이 15일 IT조선이 개최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웹 3.0 시대, 지갑과 NFT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IT조선
김 팀장은 멤버십을 NFT로 발행하는 유틸리티 형태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틸리티형 NFT는 실물가치와 연동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현재 SK텔레콤은 웹 3.0을 표방한 지갑 서비스인 탑포트 베타서비스를 론칭했다.

정의헌 람다256 웹3사업실장은 내년 NFT 시장은 가상자산 시장과 글로벌 경제상황의 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증권성 자산 관련 법 체계가 국내외에서 정비되면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정 실장은 "그럼에도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업계의 바람이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을 국무조정실을 통해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가 됐으면 한다"며 금융 안정성 확보와 함께 실질적으로 산업을 촉진할 수 있는 법규와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컴투스플랫폼 NFT 사업실장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웹3 시장에서 게임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컴투스그룹은 블록체인 플랫폼 C2X를 개발한 바 있다. 이후 게임을 중심으로 개발되지 않아 필요한 기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메인넷 엑스플라를 자체 개발해 출범했다.

이 실장은 "컴투스플랫폼은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 영화, 드라마, 스포츠, 케이팝 등 디지털 콘텐츠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분야에 다양하게 투자했다"며 "디지털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라는 한 바구니에 넣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금융서비스 확산을 위해 경제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효섭 금융결제원 전문연구역은 메타버스는 이미 금융권 사업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성이 있어야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든 개발 가능하다"며 "메타버스 기기 착용의 불편함과 비싼 가격이 확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기기 보급을 확대해 소비지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를 적용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금융의 블록체인 진출, 초개인화·투자자 자산 보호 가능"

최지현 KB금융 디지털기획부 팀장. / IT조선
최지현 KB금융 디지털기획부 팀장. / IT조선
최지현 KB금융 디지털기획부 팀장은 인공지능과 금융이 데이터로 연결되면 초개인화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KB는 단일앱이 많았는데 수퍼앱이라는 정책을 통해 계열사 서비스를 한 곳으로 누릴 수 있게 됐으며 계열사의 영역뿐 아니라 비금융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AI와 금융의 혁신이 향후 연결된다면 초개인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본인이 필요하고 원하는 금융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은 투자금융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에 대해 발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블록체인 사업 전담 조직인 블록체인부를 신설했다.

이 부장은 투자자 보호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통 금융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많은 금융사들은 STO(증권형 토큰)에 진출하고 있다. 그는 "국내 STO가 성공하려면 전통금융기관 참여가 필수"라며 "기관이 참여해야 STO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는 안전한 디지털 자산 투자 솔루션을 제안했다. 그는 투자 솔루션을 ▲디지털 자산 간편 구매 ▲비트코인 등 우량 디지털 자산만 취급 ▲적립식 구매(DCA) 솔루션 활용 ▲커스터디 전문 기업에 100% 분리 보관 ▲외부 회계 법인을 통한 정기 자산 실사 등 5단계로 나눴다.

이 대표는 "안전한 투자를 위해 온체인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저금통 시스템을 활용하면 투자자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이점을 노릴 수 있다"며 "그렇게 모인 자산의 네트워크 검증자로 참여해 고객에게 이자를 주는 모델도 구축 가능하다"고 말했다.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 참석 귀빈 및 오전 세션 발표자들. 좌측부터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 대표, 피터 컬스턴스 EU 집행위원회 고문,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김영수 IT조선 대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핑앙 바이낸스 아태 GR부문 대표, 황석진 동국대 교수,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사진 IT조선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 참석 귀빈 및 오전 세션 발표자들. 좌측부터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 대표, 피터 컬스턴스 EU 집행위원회 고문,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김영수 IT조선 대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핑앙 바이낸스 아태 GR부문 대표, 황석진 동국대 교수,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사진 IT조선
"가상자산 발전에는 보안이 핵심...내부 보안도 간과 말아야"

정승건 한국IBM 리눅스원사업부 상무는 가상자산 보안을 침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운영 부주의, 외부 침입자의 해킹, 내부자의 위·변조 등으로 구분했다. 특히 내부자의 위·변조가 보안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상무는 "이전에는 데이터에 관리자가 접근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가상자산은 합의로는 부족하며 접근할 수 없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며 "관리자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보장이 없으면 가상자산을 운영할 때 보안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무정 LG CNS 공공/SOC전략추진단 책임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IT조선
안무정 LG CNS 공공/SOC전략추진단 책임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Fin:D 2022'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IT조선
안무정 LG CNS 공공·SOC 전략추진단 책임은 가상자산 비즈니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책임은 "실제 가상자산을 추적하고 핸들링하거나 검증하는 부분에 AI기술을 적용해 기업이 지속 운영해야 한다"며 "투명성과 익명성이 확보된 가상자산은 신뢰성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구민우 웁살라젠 대표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산업을 육성하려면 가상자산 지갑에 대한 위험을 분석·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난제로 위협 예측의 어려움, 블록체인 익명성으로 인한 사고입증의 어려움, 투자자 보호의 어려움 등을 꼽으며 "재단, 거래소 등 시장 참여자가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위협 예측의 기본이 되는 보유 지갑에 대한 위협에 대해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상우 인블록 대표는 NFT 등 가상자산에 대한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블록이 개발한 가상자산 보안 솔루션 ‘도깨비원’을 소개했다. 도깨비원은 메타코인 네트워크 사용자 전용 지갑 메타월렛에 탑재한 보안 솔루션이다. 외부 및 내부에서의 가상자산 접근을 원천 차단해 보안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채 대표는 "사용자가 메타월렛을 구동할 때 하이퍼 프로텍트 버추얼 서버(HPVS) 환경에서 생성 및 보관하는 암호화키로 내부의 접근도 원천차단한다"며 "내외부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상자산 보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원천적인 가상자산 보안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아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