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 결론이 날 것이라 예상했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판결 이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61민사부는 이달 진행될 예정이던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의 판결선고기일을 내년 2월로 변경했다. 양사 모두 이번 선고기일 연기는 법원의 소관이라 사유를 알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법원 측은 당사자가 아니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은 내놨다.

메디톡스(왼쪽)와 대웅제약 간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 조선DB
메디톡스(왼쪽)와 대웅제약 간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 조선DB
내년 2월 선고가 내려지면,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제소한 이후 6년만에 나오는 판결이 된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 이를 통해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개발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주요 내용이다.

2019년에는 싸움의 무대가 미국으로 넘어갔다.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현 애브비)은 대웅제약과 대웅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면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영업비밀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

이후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엘러간, 에볼루스가 ITC 소송 등 모든 지적 재산권 소송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합의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내 논쟁이 일단락 났다. 합의에 따라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 내 판매를 지속할 수 있게 됐으나, 나보타가 미국에 팔릴때 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다.

이후 다시 국내로 싸움이 옮겨져 메디톡스는 2017년 당시 대웅제약이 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고소했으나, 검찰은 올해 2월 증거불충분으로 대웅제약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양사간 다양한 소송전이 오갔으나, 정작 2017년 제기된 민사소송에 대한 1심 선고의 결말이 끝을 맺지 못했었으며 해당 판결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양사는 마지막까지도 참고서면 제출 등으로 서로의 주장을 강하게 이어가면서 승리를 위한 싸움을 펼쳐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마지막 변론 종결 이후 양측은 참고서면 제출을 이어갔고 가림본, 원본을 포함해 36건의 문서가 제출됐다.

만약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올해 3분기 까지 1400억원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중국진출까지 타진하고 있어, 미래 핵심 성장동력을 잃게될 수도 있다.

또한 메디톡스가 여러 바이오 기업에 문제제기한 자사 균주 무단 도용에 대한 소송전을 추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휴젤을 상대로 ‘자사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주장하며 ITC에 제소한 상태다.

대웅제약이 승소할 경우 메디톡스는 막대한 손해배상금과 더불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지위가 위태로워 진다. 다만 아직 1심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메디톡스는 대법원까지 논쟁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문제 등 국내 보툴리눔 시장이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논쟁들이 하루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며 "문제는 누가 이기든 국내 보툴리눔 톡신 판이 크게 흔들릴 가능이 존재해 내년에 선고될 결론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