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욕구 높아 이미 본 웹툰도 단행본으로 재구매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분석돼

국내 출판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웹툰·웹소설 단행본 구매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온라인(PC·모바일)을 통해 봤던 웹툰임에도 구독자들이 단행본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읽기 위한 용도는 아니다. 소장·보관을 위한 것으로써 팬심이 작용했다. 종이책도 엄연한 굿즈가 된 셈이다. 이를 두고 MZ세대 중심의 새로운 소비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 웹툰 단행본. / 조선일보 DB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 웹툰 단행본. / 조선일보 DB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출판산업 총매출은 2015년부터 연평균 0.8%씩 감소하고 있다. 실제 국내 출판산업 총 매출은 2020년 3조9439억원에서 2021년 3조7889억원으로 3.5% 줄었다.

반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종이책 단행본의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예스24 분야별 국내도서 판매권수 점유율을 보면 만화/라이트노벨 분야는 판매권수 점유율 5.1%로 2020년 대비 36.9% 성장했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발간한 ‘2022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매년 웹툰을 종이책으로 출간한 오프라인 단행본 구매경험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웹툰 단행본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웹툰 이용자는 29%로 2021년 23.1%와 2020년 22.6%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즐겨보는 출판만화 상위 10개 작품은 ‘유미의 세포들’, ‘이태원 클라쓰’,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웹툰으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 성장과 함께 출판만화 단행본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팬심으로 산다"

단행본을 구매한 이유로는 ‘출판만화로 소장·보관하고 싶어서(39%)’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 뒤를 ‘이미 본 작품이지만 출판만화로 다시 보고 싶어서(23.1%)’가 차지했다. 팬심으로 작품을 소장하려는 의사가 62.1%에 달하는 것이다.

‘팬덤’에 따라 소장용 단행본을 사는 소비행태는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단행본에서도 나타난다. 네이버웹툰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 단행본 제작 프로젝트에는 목표금액의 3209%인 12억8365만4106원이 모였다. 카카오엔터도 11월 23일부터 2023년 1월 4일까지 텀블벅에서 대표작 ‘달빛조각사’ 15주년 기념 단행본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달빛조각사 15주년 기념 단행본 프로젝트는 현재 목표금액의 194%인 1948만원이 모금됐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 - 결산과 전망에서 "책을 하나의 소장용 굿즈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웹툰을 출판 연재해 성공한 경우는 ‘미생’처럼 드라마가 연동돼 흥행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 별로 없었다"며 "구매자들이 팬덤을 형성해 만화책을 소장품으로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 단행본 구매 연령대도 10~40대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2022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단행본을 구매한 연령대는 10대 35.3%, 20대 29.5%, 30대 32%, 40대 32.5% 등으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도 각각 21.3%, 21.5%다. 웹툰을 즐기는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단행본을 구매하는 셈이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인 인벤의 한 유저는 소장용으로 웹툰 단행본을 구매했다며 사진을 인증했다. / 인벤
국내 게임 커뮤니티인 인벤의 한 유저는 소장용으로 웹툰 단행본을 구매했다며 사진을 인증했다. / 인벤
출판유통업계도 이 점에 주목한다. 이에 네이버는 웹툰 관련 전자상거래 사이트 ‘웹툰프랜즈’를 열고 종이책 웹툰 10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예스24는 상품태그에 ‘인기웹툰단행본’을 추가해 구매자가 보다 쉽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1번가와 쿠팡 등 e커머스 플랫폼도 카테고리가 구분돼 있는가 하면 번개장터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웹툰 단행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창완 교수는 "웹툰 단행본 구매는 피규어를 모으는 소장문화, 일종의 키덜트 펫(Pet) 문화가 됐다"며 "구매력을 갖춘 이들이 책을 사는 현상에 출판업계에는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만 전반적인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