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매출을 넘어선 가운데 경영진들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부문은 22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2023년 파운드리 사업 전략 등을 점검한다. 3나노 공정 수율 개선과 미국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 대형 인수합병(M&A) 등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극복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 삼성전자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55억 8400만달러(7조 3000억원)를 기록하며 낸드플래시 매출(43억달러·5조 600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메모리 시장 업황이 악화한 영향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지 5년만에 달성한 성과다. 파운드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중심축이 낸드플래시에서 파운드리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D램에 이어 파운드리를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4월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셸 퍼스트’(Shell First) 방식을 도입하는 등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셸 퍼스트는 고객사 주문 전에 미리 제조 공간을 만들어 놓고, 미래 수요에 대응한다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업력 35년·점유율 56%’에 달하는 거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따라잡으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에 있는 3나노 공정의 수율을 개선하고, 대형 팹리스 고객들이 있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첨단 반도체 시장에선 4나노와 5나노가 메인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해당 시장에서 TSMC에 비해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뒤쳐져 있다. 하지만, 향후 경쟁이 본격화될 3나노 기술에선 삼성전자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 수율만 확보한다면 대형 고객사들을 대거 끌어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추가 투자 발표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52조원) 투자를 확정하며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은 현지에서 대형 고객사와 칩 제조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다.

관련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는 170억달러(22조원)가 투입된다.

미국 텍사스주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현재 건설 중인 공장과 별개로 향후 1676억달러(218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반도체 분야 핵심 기업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반도체 업계 M&A 전문가로 알려진 마코 치사리를 영입했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 에서 상무이사 겸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부문장으로 일했다. 또 글로벌 파운드리즈, JP 모건 등에서 M&A를 담당하는 수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유력한 M&A 후보로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이 거론됐지만,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M&A는 국가별 규제 당국 승인과 독과점 이슈 등이 맞물려 있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