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컬스튼스(Peter Kerstens)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문

"미카(MiCA·Markets in Crypto Assets)는 저작권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언제든 표절 가능합니다. 오히려 활용해주시면 기분이 좋습니다. 얼마든지 활용하세요."

EU의 가상자산 규제안 미카 법안을 주도한 피터 컬스튼스(사진) EU 집행위원회 고문이 독자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미카 법안은 내년 봄 시행예정이다. 현재 EU 회원국 배포를 위해 23개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행되면 계도 기간을 거쳐 발행자는 12개월 뒤에, 서비스 제공자는 18개월 뒤에는 법안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EU 내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가상자산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업은 인가를 받거나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미카의 역할은 기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 발행의 경우 크게 ▲일반 가상자산 ▲자산에 준거한 토큰 ▲전자화폐 토큰 등 3가지를 다루고 있다.

피터 컬스튼스 고문은 지난 15일 IT조선이 주관, 국회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 ‘핀테크·블록체인 콘퍼런스 파인디(Fin:D) 2022’에 참석, ‘유럽 미카(MiCA) 가상자산 법률안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컬스튼스 고문은 주제 발표 이후 IT조선과 만나 국내 정치권이 구상하는 가상자산 입법안에 대한 생각과 미카 법안이 규정하지 않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나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가상자산 법안 마련에 있어 한국은 투자자 보호에 더 신경을 쓰는 측면이 있다. 미카는 어떠한가.

"미카는 시장 참여자 규제와 투자자·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질서 정연한 시장이 구축될 때 소비자도 도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카는 금지 사항을 명시하는 걸 지양한다.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절대 소비자에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한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기회와 이점마저도 뺏는다고 생각해 지양한다."

― 디지털 자산 관련, 한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 입법 기관에 조언해 줄 입장은 아니겠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면, 가상자산 발행에 있어 규정을 명료하게 정하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스테이블 코인을 구분하고 두 가지를 따로 다루는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가상자산 업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기관이야 말로 투자자와 접점이 많은 ‘중개기관’인 셈이라 모니터링이 필수다. 가상자산 발행기관과 서비스 업체는 건전성 요건과 이해충돌 매커니즘, 공시제도, 시장조작 방지, 명확한 책임소재를 위한 구분, 업체 자산과 고객 자산의 분리 등을 준수해야 한다."

― 미카 기준으로 봤을 때 루나 코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테라나 루나는 달러와 궤를 같이해 안정적이라 주장했지만, 자산 준비금이 없고 루나 토큰만 존재한 상태였다. 미카에 따르면 해당되는 자산(달러)을 준비금과 담보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소위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고객에게 상환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초되는 자산으로 발행기관가서 판매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고객에게 있어야 한다.

일반 가상자산 토큰은 미래 가치에 대한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 따라서 미카 하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존재할 수 없고, 알고리즘 코인만 가능하다."

― 한국에서는 게임회사가 만든 코인인 ‘위믹스(WEMIX)’가 유통 계획 대비 유통량을 다르게 고시했다는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유럽에서 위믹스를 발생했으면 어땠을까.

"미카 공시의무 중에 실제 유통량 공시 의무가 있다. 정보의 정확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백서에 최초 기재 했던 유통량이 허위였거나, 허위로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면 미카를 위반한 셈이다. 미카가 아니어도 일반 소비자보호법에 의거 상품을 판매할 때 허위기재하거나 누락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과 비슷한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

― 미카 법안의 시행시점은 언제로 보나.

"일단 EU 집행위원회의 손은 떠났다. 유럽의회랑 장관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과 단어를 검토하는 작업은 끝이났다. 현재 EU 회원국이 사용하는 23개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있다. 촉구하고 있지만, 번역작업에 소요가 걸리다 보니 기다리는 중이다. 5월에는 발효되지 않을까 싶다. 이후 카테고리 별로 미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한 뒤 발행자는 12개월 뒤에, 서비스 제공자는 18개월 뒤에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 새 법안을 대하는 유럽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아직 미카 법안이 발효되기 이전인데도, 가상자산 발행 업체와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 이미 행동 자체를 미카 법안이 발효된 것처럼 태도를 바꾸고 있다. 미카 2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 미카 법안을 더 업데이트해야 하겠다.

"일단 미카 1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카 1만 보더라도 소비자 보호 요건, 시장강령 등 필수 요소가 포함돼 있다. 미카 1의 내용만으로도 시장의 질서를 잡을 수 있다. 미카 1 시행 뒤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단점이 발견된다면 집행위원회가 18개월 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일단 시행하고 나중에 부족한 부분 파악하자는 입장이다."

피터 컬스튼스 EU 집행위원회 고문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IT조선의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Fin:D 2022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피터 컬스튼스 EU 집행위원회 고문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IT조선의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Fin:D 2022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 최근 "디파이에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속내가 궁금하다.

"시장에 본인들이 디파이라 주장하지만 사실은 아닌 프로젝트가 많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는 기술뿐아니라 통제하는 개인이나 중개기관도 없어야 한다. 프로토콜이나 스마트계약은 탈중앙화다. 그러나 대부분 다이노(Dino·Decentralized in name only)다. 말만 탈중앙화돼 있다는 뜻이다. 미카는 가상자산 발행기관과 법인만을 규제하는데, 진짜 탈중앙화 돼 있다면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진짜 디파이 프로젝트가 소수라 문제되지 않다. 일부 정치인들이 FTX 파산을 사례로 들며 디파이에 대한 내용을 미카 법안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FTX뿐 아니라 지금 파산한 곳들이 완전한 탈중앙화 프로젝트를 운영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테라 루나도 그렇지 않는가. 일단 미카 1 실행 후 필요성이 입증되면 미카 2를 도입할 때 디파이에 대한 규제 내용도 들어가면 된다."

― NFT 역시 정의가 상당히 모호하다.

"EU 장관회의에서 결제나 투자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 빼게 됐다. 또한 지적재산권 등 별개의 복잡한 권리가 많아 보류됐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소비자 보호나 시장질서 보호 측면에서는 가상자산과의 차이 못 느꼈다. 같은 거래소에서 가상자산과 NFT 두 가지를 모두 거래하는데 가상자산은 규제하고, NFT는 규제 받지 않는 상황이 의외이긴 하다."


☞ 피터 컬스튼스 고문

EU 집행위원회 고문이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에서 학사, 벨기에 루벤 대학과 브뤼헤 유럽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EU 집행위원회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주요 금융 서비스 회사에서 EU의 규제 문제에 대한 조언을 했다.

진행 유진상 메타버스 부장 jinsang@chosunbiz.com
정리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