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 업계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전 이사의 별세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들의 운영에 항의하며 직접 거리로 나서는 등 상반기는 혼란한 시기를 보냈다. 하반기에는 위메이드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의 상장 폐지, 규제 압박 커지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들썩였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 넥슨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 넥슨
게임 업계 큰형 김정주 별세…NXC, 지분 상속 절차 마무리

올해 2월 한국 게임 업계의 큰형이자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전 NXC 이사의 별세는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김정주 전 이사는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로 1994년 넥슨을 창업하며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등 굵직한 게임들을 줄줄이 개발 및 흥행시킨 인물이다.

김 전 이사 별세 후 세간의 관심은 넥슨 지분 상속에 집중됐다. 김 전 이사는 별세 당시 넥슨 그룹의 지주사인 NXC 지분의 67.49%를 보유했다. 또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는 29.43%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두 자녀 지분은 0.68%였다. NXC 지분 총 98.28%를 김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셈이다.

김 전 이사의 생전 의지에 따라 NXC가 지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게 제기됐지만 결국 유족이 8월 세금당국에 6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김 전 이사 지분은 유가족에 승계됐다. 유 감사는 김정주 창업주의 주식 13만2890주를 상속받아 지분율이 34%가 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이사의 지분 상속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운영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마차시위를 전개했다. /송가영 기자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운영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마차시위를 전개했다. /송가영 기자
트럭부터 마차까지…거리로 나선 이용자들

올해는 유독 많은 게임 이용자가 시위를 전개하며 게임사에 날을 세웠다. 지난 수 년간 게임 운영 전반에 이용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게임사를 향한 항의였다.

국내 게임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건 단연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운영에 반발하며 시작된 ‘마차시위’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일본 지역과 차별화된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방식과 과도한 과금 유도 등에 반발하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카카오게임즈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결국 카카오게임즈는 소비자 집단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소송전이 시작되며 우마무스메 매출까지 휘청이자 결국 이용자들이 요구한 내용을 이행하는데 주력했다.

이 외에도 트럭시위는 꾸준히 이어졌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운영에 반발한 이용자들은 판교에 위치한 본사 앞으로 트럭스위를 전개했다. 이에 엔씨는 즉각 유튜브를 통해 이를 해명하고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자들의 요구를 알리던 과거와 달리 이용자들이 시위를 전개하는 등 적극 행동에 나서며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도 빠르게 대응하며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게임사의 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에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유튜브 갈무리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유튜브 갈무리
위믹스 상폐에 P2E 게임 시장 ‘휘청’

하반기 최대 이슈는 위메이드의 자체 발행한 코인 위믹스가 국내 4대 디지털자산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된 사태다. 특히 위믹스 상폐는 플레이투언(P2E) 게임 등 관련 사업까지 휘청이게 했다.

위믹스 상폐의 직접적인 원인은 10월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유통량 초과를 이유로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공시 없이 대량으로 매각해 불거진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위믹스 상폐는 올해 하반기부터 정치권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국내 플레이투언(P2E) 게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에도 우려감을 키웠다.

현재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폐 이후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글로벌 거래소 상장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위메이드도 단기간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결국 해 넘긴 확률형 아이템 규제

지난 2년간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올해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로부터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조작 논란에 국회가 발벗고 나섰지만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는 올해 초부터 대선 주자들의 공통 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및 국민 직접 감시 강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내던 게임사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용자를 겨냥한 공약이었다.

문제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확률형 아이템 규제 이야기가 언급조차 안됐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게임 산업은 무시당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인 박보균 장관의 게임 산업 이해도 부족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내년에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됐고 총선 이후 원구성 등을 거치고 나면 빨라도 내년 하반기부터나 법안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게임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문체위 소속 의원들의 당선 여부, 문체위 소속 여부 등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