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인 것을 공통의 일반적으로 만든 것을 표준이라고 한다. 표준형 통신기술, 표준형 충전기처럼 수많은 국가, 인종이 쓰는 도구의 기준이나 규격을 정해 혼란을 막는 것이 바로 표준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표준은 더 중요하다. 제조사별로 사용하는 충전 단자의 모양이 다르거나 국가별 5G 통신 규격이 제각각이라고 하면, 세계인은 혼란 속 일상을 살 수밖에 없다.

최영해 TTA 회장 / TTA
최영해 TTA 회장 / TTA
1988년 설립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ICT 주요 기반기술 분야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ICT 표준화 정책 및 기술 등 동향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ICT 표준화 추진 전략을 기획하고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ICT 산업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T조선은 최영해 회장을 만나 TTA의 방대한 역할과 지난 성과, 계묘년 새해 추진할 주요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 회장은 TTA가 앞으로 고도의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표준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한다면.

TTA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표준을 제정해 보급하고 표준에 따른 ICT 제품의 시험인증을 위해 1988년 창립된 국내 유일의 ICT 표준화 기관이다. 대한민국의 ICT 표준화와 시험인증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나 아시아·태평양 전기통신협의체(APT) 등 해외 표준화 기구와 협력해 AI, 5G, ICT 융합 등의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3GPP의 창립멤버로서 TTA 인력을 직접 파견해 국내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2만 4000건쯤의 정보통신 표준을 제정·보급했고, 국내·외 표준화 활동을 통해 수집한 최신 ICT 표준 기술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표준 자문 및 구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제품의 품질향상과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무선충전, 차세대 이동통신, ICT 융합제품 등 TTA를 통해 제정된 표준이 적용된 최신 ICT 제품은 표준에 따른 인증이 필요하다. TTA는 제품 개발, 시험인증, 상용화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시험인증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기업의 ICT 제품 및 기술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TTA는 200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소프트웨어진흥법’에 따른 국가 공인 SW시험인증기관으로 지정을 받았다. 증강·가상·확장현실(AR·VR·XR)을 적용한 콘텐츠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SW 제품에 대해 지금까지 7만 100건쯤의 GS(Good Software) 시험인증을 수행했다. 국산 SW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AI 데이터에 대한 품질검증 및 컨설팅 제공과‘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안내서’발간 등을 통해 안전한 데이터 활용 지원을 위한 안정성 검증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품질 검증 방법에 대한 표준화를 추진하고, 인공지능 구현 관련 기술 기반을 마련해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등 AI의 신뢰성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임기 중 TTA에서 이룬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TTA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등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표준화 및 시험인증 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선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표준의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관리와 체계적인 활용을 위해 2021년 표준 분야 연구성과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과기정통부 ‘6G 표준전문연구실’ 과제를 통해 2030년까지 6G 표준 전 주기에 걸쳐 비전을 수립하고, 국내 기업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등 표준화에 대한 질적 성장을 이뤘다.

또한, 국민이 안전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고,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ICT 표준을 지속적으로 제안했다. 재난 발생 시 모든 국민이 받아보고 있는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와 여성 등의 긴급 상황 발생 시 유용한 서비스인 ‘긴급 구조 요청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그 사례다.

시험인증 부분에서는 ICT 융합제품에 대한 시험인증 체계를 수립하고, 신기술 및 혁신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의 전 주기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해 제품 상용화와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ICT·도로교통을 연계한 자율주행 시험을 위한 차량용 5G 통신기술(5G NR-V2X)의 국제공인 시험환경 구축과 자율협력주행산업발전협의회(국토부) C-ITS 시험기관 자격 획득 등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오픈랩과 22개 분야 신규 시험인증 서비스를 확대했다.

TTA는 과거에 비해 현재 가장 많은 변화와 발전 분야 중 하나인 AI 분야의 시험인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 최고 수준의 AI 혁신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 융합 분야에 대한 품질확보를 위해 2022년 ‘AI융합시험연구소’를 개소했다.

또한 지금까지 자율주행 및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되는 310종에 대한 데이터 품질검증을 수행해 품질검증 제공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AI·데이터 융합 분야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정부의 AI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TTA가 걸었으면 하는 방향이 있으신가요?

TTA는 단순히 과제 수행기관의 역할 뿐만 아니라, ICT 표준을 기획하고, 평가·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ICT 표준 전담 기관으로서 국내외 ICT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B5G(Beyond 5G) 이동통신이나 서버·스토리지·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성능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국제 공인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내 ICT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등 ICT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TTA는 AI, SW, 네트워크, 보안 등 ICT 전반의 기술을 다루는 기술전문가들의 구성을 튼튼히 하고, 신기술과 미래 혁신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유지하여 미래 첨단 기술에 대한 표준, 품질, 정책적 이슈에 대해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 각 부처와 관계기관, 기업, 학계와의 유기적인 협력은 물론이고 최신의 정보와 테크 트렌드를 공유하고, 정책 자문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TTA는 고도의 기술 전문성을 높이고, 그간의 국내외 신뢰성을 바탕으로 ICT 산업발전과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정책 지원기관으로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서 공익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