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중소게임사의 인력 감축이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형 게임사 대비 적은 인력과 개발 비용 등으로 생존해야 하는 어려움 탓이다. 대형 게임사도 피하지 못한 인력 개편만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더피플이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슈퍼피플2’. /원더피플
원더피플이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슈퍼피플2’. /원더피플
원더피플, 2월까지 희망퇴직 접수…엔트리브·엔픽셀도 구조조정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원더피플은 PC온라인 슈팅 게임 ‘슈퍼피플’을 제작한 곳으로 원더홀딩스 자회사다. 원더피플을 이끄는 허민 대표는 현재 재무 상태가 폐업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원더피플 관계자는 "2월까지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고 구조조정 규모 등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원더피플 매각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더피플만의 상황이 아니다. 일부 게임사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엔씨소프트 개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는 지난해 12월 최소 인력을 제외한 희망퇴직 형태의 인력감축을 시행 중으로 알려졌다. 엔트리브는 현재 ‘프로야구 H3’, ‘트릭스터M’ 등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다.

엔픽셀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엔픽셀은 지난해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그랑사가’로 업계 이목을 끌었다. 그랑사가를 출시한 2021년에는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까지 유치하며 최단 기간 유니콘 기업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간 신작 및 게임 포트폴리오 부재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코로나19 거치며 어려움 가중…흥행작과 성과 "절실하다"

업계는 국내 중견·중소 게임사 어려움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핵심 인력의 유출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게임 산업이 활기를 띄었고 개발자 몸값도 크게 뛰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견·중소게임사는 당시에도 높은 임금 및 보수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핵심인력의 이직을 막지 못했다.

인력 유출이 심화되자 기존 게임 개발 및 사업 확장도 차질을 빚었다. 인력 유출로 신작 출시가 지연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여기에 임금 및 보수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근로자 이탈은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2021년 콘진원이 발간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근로시간(52.5점) ▲업무량(50점) ▲임금 및 보수 수준(42.5점) ▲워라밸(42.5점) ▲복리후생(55점) ▲작업환경 안정성(55점) 등 대부분의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국내 게임 업계 양극화가 극심해진 상황인데다가 중견·중소 개발사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와 게임 흥행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는 오르는데 흥행작이 안나오면서 회사 전체 성과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상황을 봐야겠지만 추가적인 구조조정 등 인력 효율화는 더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