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가 지난해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게임 패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게임학회가 11일 오후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위정현 학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한국게임학회가 11일 오후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위정현 학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위정현 "문체부, 게임 산업 진흥 위한 정책 어딨나"

한국게임학회는 11일 오후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체부의 게임 패싱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올해 문체부 총 예산 8442억원과 관련해 게임 산업에 어느 규모가 투입되는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문체부가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다년간 제작지원 사업’, ‘해외진출 바우처 확대’ 등은 기존에 있던 사업인데다가 국내 게임 산업 진흥에 맞는 정책인지 회의적이다"라고 꼬집었다.

학회는 또 문체부가 이날을 기점으로 2주 내에 국내 게임 산업 관련 정책을 다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지난 문재인 정부 첫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 전 장관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책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정책 평가 설문조사는 게임업계, 학계, 언론계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당시 도 전 장관은 평균 44.4점을 받았다.

학회는 대기업 게임사 중심의 시장 독과점 이슈와 e스포츠 시장 활성화가 문체부가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현안이라고 꼽았다. 위 학회장은 "문체부는 게임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다"며 "다년간 제작지원의 결과물이 어떻게 됐나. 시장에 결과물이 몇 개가 있고, 어떤 것이 생존했나. 물갈이를 시작해야 한다"고 물었다.

그는 또 "지역 e스포츠 구단 설립 등 e스포츠 정책은 시간도 걸리고 성과도 잘 안나지만 게임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다"라며 "장기적으로 e스포츠를 문화로 승격시키고 해외에 나갈 좋은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P2E 게임 미래 아냐…메타버스, 용어는 사라져도 기술은 남는다

학회는 P2E 게임과 메타버스 시장과 관련해 "더이상 게임 산업의 미래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P2E 게임의 핵심인 ‘게임 유통’과 ‘신뢰’가 이미 훼손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이 외부로 유통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미 외부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위믹스 상장폐지까지 터졌다. 이제는 현실을 냉정히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는 "용어는 없어져도 기술은 남는다"고 전망했다. 위 학회장은 구글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현재 고점의 25%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와 게임은 분리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과 게임의 분리 규제는 문체부의 주장과도 상반되지만 메타버스는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수익 모델 구축에 실패했다"며 "굳이 게임처럼 규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도 자율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023년도 예산 심사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메타버스 산업의 부침을 예상하고 관련 기술 개발 지원으로 정책을 선회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위 학회장은 "과기부는 향후 메타버스 시장에 부침이 발생할 것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소멸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은 지속 뿌리내려야 한다. 제작 지원, R&D 지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尹 대통령, 게임 질병 시선 변화 약속 지켜야…확률형 아이템 이슈, 방해 세력 있다"

위 학회장은 지난 몇 년간 의학계와 충돌하고 있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민관협의체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이상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내용이 보도된 탓이다.

현재 통계청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민관협의체에서 지속 논의중이며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이에 위 학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한다"는 약속의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의 진영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며 "토론, 공청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고 게임 산업에 우호적인 여야 의원 등 정치권과 연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의 지난해 연말 처리를 앞두고 방해한 세력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오는 3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게임사 등 외부에서 이를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 학회장은 "아무래도 창업자가 대표로 있는 회사들이 특히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오는 30일 법안소위, 31일 문체위 회의가 열린다. 내년에 또 총선이 있는 만큼 여야가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산업 세대교체 시작돼야…윗세대 역량 고갈"

위 학회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게임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창업주가 대표이사로 있는 게임사를 시작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학회장은 올해의 아젠다와 관련해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복구하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이에 따라 세대교체가 중요하다"며 "국내 게임 업계 윗세대의 역량은 고갈됐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도 세대교체 실패에 따른 이슈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위 학회장은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창업주들이 혁신을 하지 않고 있는 단계임을 지적하며 학회를 통해 세대교체를 통한 게임 산업 활성화를 지속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위 학회장은 "대형 게임사들에의 창업주들은 물러나는 것이 맞다. 지금의 창업주들은 혁신하지 않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연봉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을 개발자 등에게 나누지 않는다고 하면 강제로 물갈이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