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불법 ‘현금깡’ 거래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키워드 차단이나 모니터링 등을 통해 거래를 막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전문 판매업자를 비롯한 이용자들이 상품권 매입 등을 빙자해 신용카드를 통한 불법 현금깡 거래를 하고 있었다. 거래는 대개 현금이 필요한 이용자가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액면가의 80~90%에 되파는 식으로 이뤄진다. 온라인몰에서 거래 상대방이 원하는 상품을 대신 결제한 후 결제 금액의 80~90%를 현금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다.

(왼쪽부터)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올라온 신용카드 현금깡 거래. / 각사 앱 갈무리
(왼쪽부터)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올라온 신용카드 현금깡 거래. / 각사 앱 갈무리
전문 판매업자가 거래에 나서 현금깡을 유도하기도 했다. 기자가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전문 판매업자에게 채팅 문의를 통해 거래 방식을 묻자 "상품권이나 교환권 등을 구매한 후 매입하는 방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판매업자는 "일시불이면 상품권 금액의 85%를 지급하고, 첫 거래면 87%까지 줄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판매업자와 거래를 하기 위해 채팅 문의를 한 이용자는 10명에 달했다.

한 상품권 전문 매입업자와의 채팅. / 황혜빈 기자
한 상품권 전문 매입업자와의 채팅. / 황혜빈 기자
정부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화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3항은 물품의 판매를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 회원에게 신용카드로 구매하도록 한 물품·용역 등을 할인해 매입하는 경우도 막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현금깡과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키워드를 차단하고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개인간 중고 거래 취지에 맞지 않는 거래는 운영 정책에 따라 금지하고 있으며 금칙어를 설정해 게시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판매 단어를 바꿔 올리는 등 제재를 피해가려고 하거나 반복적으로 판매글을 올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런 게시글의 패턴을 분석해 모니터링 고도화에 적용하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 제한이 수반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장터 플랫폼 내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한 상품 거래는 운영정책에 따라 제재된다"면서 "번개장터는 판매글을 분석하고 특정 키워드와 패턴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 활용 판매글을 모니터링해 차단하고 있다. 또한, 거래가 금지된 품목 적발 시 운영정책에 따라 이용을 제한하며, 선제적인 모니터링으로 부적절한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