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디자인이 점점 얇고 가벼워짐에 따라 메모리 확장을 위한 슬롯 규격도 변화의 시기에 직면했다. 현재의 SO-DIMM(Small Outline Dual In-line Memory Module) 규격이 물리적으로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차세대 규격으로 ‘CAMM(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는 최근 이 CAMM 규격의 0.5버전 스펙을 확정했으며, 2023년 하반기에 1.0 버전 스펙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CAMM이 처음 선보였을 때 델의 ‘독점 규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JEDEC의 표준 스펙 제정으로 차세대 표준으로의 길에 들어선 모습이다.

CAMM은 2022년 델이 처음 선보인 규격으로, 델 프리시전 7670, 7770 모델에 처음 탑재된 바 있다. 초슬림 노트북용 메모리 모듈로 동일 용량의 SO-DIMM보다 두께를 57%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노트북 PC를 위한 새로운 메모리 모듈 규격 CAMM /델
노트북 PC를 위한 새로운 메모리 모듈 규격 CAMM /델
첫 도입 후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SO-DIMM 규격은 모듈에서 소켓, 메모리 컨트롤러로 이어지는 경로가 제법 길고 복잡하다. 이에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더 높은 동작 속도의 메모리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CAMM은 이러한 SO-DIMM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물리적 인터커넥트를 사용해, 시스템 수준 설계에서의 경로 길이 문제와 두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CAMM은 SO-DIMM 대비 절반 정도의 거리로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결할 수 있어, 향후 메모리 동작 속도의 고속화에도 유리한 특징을 가진다.

현재 SO-DIMM으로 구현 가능한 한계는 DDR5-64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에 DDR5-6400 이후의 DDR6 모듈부터는 새로운 규격으로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더 얇은 설계가 가능한 만큼 DDR5 세대에서도 표준 스펙 제정 이후 도입 확대가 기대된다.

확장성 측면에서, CAMM 모듈은 기존의 SO-DIMM보다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을 탑재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는 두 개 이상의 SO-DIMM 모듈을 사용해야 했던 고용량 다채널 메모리 구성도 CAMM에서는 한 개의 모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징들은 PC 사용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업그레이드나 구성 변경의 가능성을 제공하면서도, 생산과 구성 등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CAMM이 SO-DIMM의 대체 뿐 아니라, 메인보드에 메모리를 직접 실장하는 설계의 필요성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델이 CAMM의 설계에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JEDEC 표준 규격 제정에 따라 이 특허에 대한 업계의 부담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JEDEC에서 승인한 모든 표준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