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NFT 2023 ① 2022년 무엇이 잘못됐을까?)에서 2022년 NFT 시장이 실패한 이유를 다뤘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코인시장의 연장선상에서 NFT 시장을 인식해 NFT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많은 수가 코인 투자자 출신, 또는 코인 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NFT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디지털 등기기술이기 때문에 코인과는 분리해 ‘디지털 콘텐츠 산업’, 조금 더 협소하게는 ‘디지털 예술 산업’에 쓰이는 거래 매개체로서 NFT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확장해 이번 칼럼의 주제는 2023년 NFT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가상자산과 NFT의 분리

일단 가장 먼저, 여러 번 언급했듯이 코인과 NFT를 분리해야 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소유권을 증명하는 기술에 불과하다. 따라서 NF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작품이 코인의 형태가 되거나 거래소에 꼭 상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코인 산업과 연결된 NFT 시장은 위험하고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거래 매개체에 불과한 NFT를 코인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노출시킬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위믹스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위메이드는 자체적으로 위믹스라는 코인을 발행해 ‘위믹스 3.0’이라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생태계에는 ‘나일(NILE)’이라는 NFT 거래 플랫폼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이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NFT 콘텐츠는 위메이드의 자체적 코인인 ‘위믹스’로 거래된다.

필자는 나일에서 판매하는 NFT 콘텐츠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정식 사이트 오픈과 함께 판매했던 NFT 컬렉션 ‘LONDON UNDERGROUND STATION 264 GENESIS’ 때문이었다. Zeeha와 Locho라는 아티스트가 런던의 지하철 모습을 아기자기한 픽셀 아트로 표현한 디지털 작품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당시는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치열하게 고민했다. 살까 말까?

그러나 필자에게는 큰 허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것을 ‘위믹스’로만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시 위믹스의 상장폐지 이슈였다. 구매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이 위믹스는 상장폐지 되었고, 구매하고 싶었던 디지털 작품은 그림의 떡이 되었다.

NFT를 가상자산 시장의 일부로 본다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고 싶지만 가상자산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디지털 콘텐츠에 진심인 소비자 중 전자와 후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당연히 후자다. 그리고 후자가 콘텐츠 산업 자체의 발전에도 더 긍정적이다. 게다가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화폐로서 사용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의 NFT 마켓플레이스 ‘메타갤럭시아’는 NFT 디지털 콘텐츠를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NFT 디지털 콘텐츠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처럼 가상자산과 분리된 NFT 플랫폼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가상자산이라는 매우 특수하고 기형적인 시장으로부터 분리해야 해서 일상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배제성 높이기

필자가 NFT라는 기술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은 이것이었다. NF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누군가가 구매했다 할지라도, 소유자가 아닌 누구라도 그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심지어 ‘저장’할 수 있기까지 한데 도대체 왜 NFT 디지털 콘텐츠를 사는 것인가?

필자를 포함한 NFT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결국 NFT 기술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배제성’을 높여야 한다. ‘배제성’이란 어떤 재화를 내가 소유한다면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재화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있는 특성이다.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미술 작품은 배제적이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 작품을 정비하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를 전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NFT에 소유권이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예술품의 경우, 복제가 되어 온라인상에 복사본 파일이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실 세계에서 작품을 모방해 낸 모작과는 다르게 원본과 해상도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파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본이 노출된 디지털 예술품의 경우 배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NFT 거래 플랫폼들은 거래되는 NFT 디지털 콘텐츠가 배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애초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물며 소유자가 있다고 해도 그 소유자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디지털 콘텐츠를 돈을 주고 거래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실 세계는 저작권을 비롯한 여러 규제들 덕분에 소비자보호가 원활히 일어나 신뢰를 바탕으로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나 디지털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의 디지털 작품 거래는 쉽지 않다. 결국 믿을 수 있느냐, 즉 신뢰의 문제다. 여기서 NFT가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2년 말 함께 개최한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저작권 쟁점과 산업 전망 세미나’는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NFT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문체부는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상대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워 거래가 쉽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예술산업에 있어 NFT는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여러 가능한 해결책 중) 하나의 중요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은 NFT가 코인 산업으로부터 떨어져 디지털 콘텐츠와 예술 산업에 블록체인이 진정으로 유의미한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역량을 증명하는 첫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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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류지예 팀장은 아트파이낸스그룹 데이터분석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메타버스금융랩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주 연구주제는 미술시장, 예술품 거래데이터분석이며 메타버스, NFT등 예술산업 관련 신기술 또한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금융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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