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월간커피’ 기사에 따르면, 국내 커피생두 수입 평균가격은 2022년 10월에 1kg 당 7,411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11월에는 1Kg 당 6,552원으로 살짝 줄어들었다. 2021년 11월에는 커피생두 수입 평균가격이 Kg 당 약 4,500원 이었으므로 2022년 동월에 비하여 무려 약 44%나 오른 셈이다. 언론은 이러한 커피생두 수입 평균가격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 국내 커피•음료점의 점포수는 9만 9천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에 따르면, 커피는 "커피원두로 가공한 것이거나 또는 이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첨가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그 종류로는 볶은커피, 인스턴트커피, 조제커피, 액상커피로 나누고 있다. 볶은커피는 커피생콩을 볶은 커피원두 또는 이를 분쇄한 것으로 아직 추출하기 전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스턴트커피는 볶은커피로 수용성추출액을 만든 후 다시 건조한 것을 말한다. 조제커피는 볶은커피 또는 인스턴트커피에 식품 및 식품첨가물을 혼합한 것으로 흔히, 인스턴트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섞어놓은 믹스커피가 이에 속한다. 또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등도 이에 속한다. 액상커피는 볶은커피를 추출한 것이나 농축액, 인스턴트커피를 물에 용해한 것, 이에 당류나 유가공품 등을 혼합하여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서 커피고형분 0.5% 이상이 포함된 제품을 말한다.

사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동결건조한 인스턴트커피에 프리마나 설탕을 추가한 조제커피를 마신 것을 의미한다. 2000년을 넘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 원두커피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되자, 인스턴트커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4년 인스턴트 커피 소매점 매출액은 992억원을 기록하였다. 2015년에는 1,011억원으로 상승하였다가 2016년에는 2014년보다 적은 94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여 2014년 대비 약 4.8% 까지 감소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제된 인스턴트커피를 찾고 있다. 최근 국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은 다양하게 변형된 제품을 출시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 업체는 원두커피를 추가한 새로운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는 등 계속 변신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는 공장에서 추출과정을 통해 볶은 커피에서 추출액을 만들고 이를 건조하고 고체화시킨 것이다. 즉, 분쇄된 커피 가루에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면서 나오는 추출액을 미세하게 분사시키면서 열풍건조 또는 급속동결건조하여 고체화시켜 보관하였다가 언제든지 뜨거운 물을 부어 녹여 마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빠르고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원두커피에 비하여 맛과 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커피 품종과 원산지에 따른 특유한 맛과 향미를 살려 세심하게 추출하여 즐기는 원두커피와 비길 바가 아니다.

이에 기존의 인스턴트커피(볶은 커피의 가용성 추출액을 건조한 것)에 원두커피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5~10%의 볶은커피(볶은 원두커피를 미세하게 분쇄한 것)를 섞어 만든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출현하게 되었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는 커피시장 보고서에 이런 새로운 종류의 커피를 ‘인스턴트 원두커피’라고 새롭게 정의한 바 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스틱 원두커피,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 스틱형 인스턴트 커피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기도 했다.

동서식품, 네슬레,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농심 등과 같은 대규모 식품제조업체는 카누, 네스카페 수프리모, 프렌치카페 루카, 칸타타 노뜨, 강글리오와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내어놓았다.


식품업체 인스턴트원두커피(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보고서)
식품업체 인스턴트원두커피(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보고서)
그동안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주로 동서식품과 롯데네슬레코리아와 같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 커피프랜차이즈나 체인점도 원두커피로 자체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비아’, 이디야의 ‘비니스트 25’ 등이 있다. 특히 주로 스페셜티커피를 다루는 전문커피점까지도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는 카페 리브레의 ‘나초(Nacho), 노띵커피, 산토리니 커피 등이 있고 국외에서는 ‘서든커피(Sudden Coffee)’, ‘보일라(Voilla)’ 등이 있다.


▲커피전문업체 인스턴트원두커피(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보고서)

2017년에는 기존의 인스턴트 원두커피에 변형을 가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아이스커피를 즐길 수 있는 여름 한정 기획 상품이 출시되었다. 맥심은 ‘세상에서 가장 쿨한 카페’라는 컨셉으로 산미와 과일향이 나는 케냐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하여 여름에 마시기 편하도록 기존제품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추출하는 LTMS(Low Temperature Multi Stage)추출법을 사용하여 ‘카누 아이스블랜드 아메리카노’를 내놓았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야외활동시 언제 어디서나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프리미엄 스틱 원두커피 브랜드인 ‘네스카페 크레마’를 여름한정 기획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커피와 함께 텀블러를 묶음으로 판매하였다.

이외에도 한국야쿠르트는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레드’, 코카콜라는 ‘조지아 고티카 에스프레소 스틱’이라는 액상 스틱커피를 출시하였다. 액상에스프레소를 1회 분량으로 포장하여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액상 스틱커피는 수용성추출액을 건조하여 만든 것이 아니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식품공전에서 말하는 인스턴트커피의 개념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면에서 인스턴트커피로 불러도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인스턴트 원두커피에 웰빙 소재가 가미된 조제커피도 유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커피에 홍삼 성분을 첨가한 커피, 단백질을 첨가한 커피, 방탄커피 등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분말 상품을 제조하는 컵풀(CUPFUL)의 김주선 대표에 의하면, 커피에 여러가지 약용성분을 첨가하여 만든 총명해지는 커피, 다이어트 커피, 단백질을 첨가한 모카커피 등의 제품이 개발되어 국외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인스턴트커피는 단순히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까지 첨가한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스턴트커피는 커피믹스와 같은 조제커피, 볶은커피를 추가한 인스턴트 원두커피, 1회용 액상에스프레소 스틱 커피 등으로 계속 변화하여 왔다. 지금까지는 인스턴트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행태이든 컵과 같은 용기와 물이 필요하였다. 커피를 ‘마신다’는 고정관념만 깨면 앞으로는 극단적으로 물과 용기마저도 필요없는 완전 새로운 형태의 커피제품이 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최근 판매되고 있는 입에서 녹여 먹는 필름형태의 홍삼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같이 커피도 원액을 필름형태로 응축한 제품이 출시되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녹여먹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상상해본다. 그 때에는 커피는 더 이상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마셔 먹을 수도 있는 식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때에도 컵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향과 입 안 가득 느껴지는 커피의 풍미를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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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