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거대 AI가 추진되고 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에 대해 초거대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은 "초거대 AI는 전 산업에 빠르게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라고 대기업들의 초거대 AI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배경훈 원장은 초거대 AI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산업에 적용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배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 LG AI연구원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 LG AI연구원
― 현재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 쪽은 AI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증가 등에 의한 ‘AI의 성장’, 다른 한 쪽은 ‘AI의 겨울’인데요.

"최근 오픈AI(Open AI)가 선보인 텍스트 생성 모델의 완성형이라고 불리는 챗(Chat)GPT와 원하는 다양한 이미지 생성이 가능한 달리(Dall-e)2는 과거 딥마인드의 알파고 충격 이상으로 IT 분야를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인공지능 발전의 놀라움을 안겨주었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더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습니다.

기대와 동시에 챗GPT가 구글을 뛰어넘는 검색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시장 변화에 대한 조심스런 예측도 있었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인공지능 모델의 소유권, 윤리적 이슈 등으로 계속해서 논란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고, 과거 전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듯이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또 한 번의 전환점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작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슨 알렌(Jason Allen)이 인공지능으로 그린 작품으로, 콜로라도 스테이트 페어에서 우승했다. / 워싱턴포스트
제이슨 알렌(Jason Allen)이 인공지능으로 그린 작품으로, 콜로라도 스테이트 페어에서 우승했다. / 워싱턴포스트
― 최근 LG그룹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CJ 등의 대기업들이 초거대 AI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AI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발전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거대 AI의 장점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초거대 AI는 확산이 용이합니다. 하나의 AI 모델로 여러 개의 태스크에 동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태스크마다 별도의 데이터 수집/정비와 파인튜닝(Fine-tuning)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 확산 적용이 어려웠습니다. 초거대 AI는 추가 학습이 필요 없거나 최소의 추가 학습만으로도 수 많은 태스크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장점으로 초거대 AI는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일들도 가능하게 해줍니다. 생성 모델을 통해 글을 써 주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기존 검색 엔진은 정보를 찾아 주기만 했다면, 초거대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해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빠르게 적용하고 확산하고자 하며, 기존에 고객에게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와 더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래예측이나 창의력 분야에서 더 효과적인 서비스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 확보입니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초거대 AI 연구개발이 초기 단계이지만, 벌써 생성 AI를 서비스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금은 대기업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일부 서비스하는 단계이지만 곧 관련해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날 것이며, 서비스 목적과 활용 편의성에 따라 초거대 AI 생태계 군이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 대기업들은 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요.

"대기업들의 AI 연구 진행에 있어서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제 주요 글로벌 AI 학회에서 많은 연구성과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결국 AI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AI 본질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초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면 결국 AI 존재에 대한 가치 증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연구성과를 통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을 두고 응용연구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제품·서비스·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와 R&D 최적화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AI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선도 연구를 빠르게 도입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단기간에는 효과적이 될 수 있으나, 글로벌 1위 서비스를 만들고 진정한 파괴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연구를 리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기업은 산업적으로 임팩트 있는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산업현장에서 그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초기 초거대 AI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초거대 AI를 구축했을 때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초기에 많은 학습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투자 비용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초거대 AI는 한번 학습을 하면 퓨샷러닝(Few-shot Learning, 적은 데이터로 구현하는 메타 학습 모델)에 기반한 최소한의 추가 학습으로 다양한 태스크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적용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초거대 AI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인터넷이 기존에 접할 수 없는 정보와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고, 검색 기능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초거대 AI는 인류가 축적한 전문적인 지식의 활용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LG는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를 통해 LG그룹 계열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기존 LG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제조 분야 사업을 강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의료·디자인 등의 새로운 사업 분야와의 연결, 기존 화학·바이오 분야의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증해가고 있습니다."

― LG그룹의 AI 전략에 대해 좀더 설명 바랍니다.

"LG는 산업 분야별로 상위 1% 수준에 해당하는 전문가 AI를 만들어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AI가 단순 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었다면, LG가 추구하는 전문가 AI는 고도의 지식 노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순히 기술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사용하는 현장에 맞게 다양한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LG가 파슨스 디자인스쿨과 협업하고 있는 엑사원 아틀리에(EXAONE Atelier) 사례가 그렇습니다. AI가 기존에 없던 이미지를 생성하고, 전문가들이 상상하는 이미지를 도출해내기 위한 프롬프트 생성을 지원하며, 공동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디자이너들에게 꼭 필요한 AI 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화학·바이오 분야의 전문 문헌을 탐색하고 의미 있는 실험 결과를 생성형 Q&A 기술을 통해 발굴하는 화학·바이오 전문가 AI는 개발 진행 중입니다. 고객 상담에 도움이 되는 대화형 전문가 AI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입니다.

전문가 AI에 대한 고민은 사업적으로도 가치를 가집니다. 의료, 법률, 디자인, 건축, 연구개발, 제조공정 등 수많은 전문 영역별로 수십년에 걸쳐서 데이터를 축적한 전문 기업과 시장이 존재합니다. LG는 이런 전문 기업과 얼라이언스를 통해 진정성 있는 파트너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올해 이후의 인공지능 비즈니스 환경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요.

"앞으로도 인공지능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결하기 어려웠던 많은 문제들이 AI로 해결될 것이고, 창조적인 이미지 생성, 전문 보고서 작성, 코딩 등 기존에 AI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제약적인 환경으로 인해 적용하기 어려웠던 산업 현장에도 순차적으로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사업적 성과를 창출할 것이고 우리의 삶 전반에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제는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기술의 변화를 수용하며, 적극적으로 함께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AI의 소스가 되는 데이터 활성화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며, 동시에 개인정보 활용, AI 윤리 및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도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