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가 예고된 가운데 6년여 만에 나오는 법원 판결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양사의 주력 제품이 대대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가 2월 1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를 진행한다. / 조선DB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가 2월 1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를 진행한다. / 조선DB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2월 10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관련 민사소송 1심 선고를 진행한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선고 기일을 잡았으나, 올해 2월 1일로 선고일을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차례 더 연기를 알려 결국 2월 10일로 선고일이 지정됐다.

연기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각 사가 제출한 막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더불어 재판부 내부에서 법리적 견해가 엇갈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선고는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제소한 이후 6년만에 나오는 판결이다. 해당 소송은 메디톡스가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소송 주요 쟁점은 메디톡스의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 이를 통해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개발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싸움의 무대가 미국으로 넘어갔다.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현 애브비)은 대웅제약과 대웅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면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영업비밀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

이후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엘러간, 에볼루스가 ITC 소송 등 모든 지적 재산권 소송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합의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내 분쟁이 일단락 났다. 합의에 따라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국 내 판매를 지속할 수 있게 됐으나, 나보타가 미국에 팔릴때 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생겼다.

이후 다시 국내로 싸움이 옮겨져 메디톡스는 2017년 당시 대웅제약이 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고소했으나, 검찰은 올해 2월 증거불충분으로 대웅제약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양사간 다양한 소송전이 오갔으나, 정작 2017년 제기된 민사소송에 대한 1심 선고의 결말이 끝을 맺지 못했었으며 해당 판결은 2023년까지 어어졌다. 양사는 마지막까지도 참고서면 제출 등으로 서로의 주장을 강하게 이어가면서 승리를 위한 싸움을 펼쳐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 마지막 변론 종결 이후 양측은 참고서면 제출을 이어갔고 가림본, 원본을 포함해 40여건에 육박하는 문서가 제출됐다.

두 회사 모두 확고한 보툴리눔 톡신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각 사의 미래성장동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대웅제약은 지난해 누적 수출액 1000억원을 기록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에 악영향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나보타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10위권 안에 드는 호주에 진출, 전 세계 61개국에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만약 대웅제약이 패소할 경우 나보타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또한 메디톡스가 여러 바이오 기업에 문제제기한 자사 균주 무단 도용에 대한 분쟁이 힘을 얻어 다양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메디톡스는 휴젤을 상대로 ‘자사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주장하며 ITC에 제소한 상태다.

반대로 대웅제약이 승소할 경우 메디톡스는 막대한 손해배상금과 더불어 보툴리눔 톡신 시장 내 지위가 위태로워진다. 메디톡스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출하승인 위반 품목 취소 건에 대한 본안 소송 1심 공판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10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와 ‘코어톡스주’에 대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 업계 최초로 관련 품목 허가취소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어 같은해 12월 ‘이노톡스’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와 허가 취소 등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밖에 2020년 6월 역가 조작, 무허가 원액 사용 등 약사법 위반으로 식약처가 메디톡스에 내린 첫 번째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1심 공판도 2월에 열려 메디톡스에게 악재가 연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 1심 소송이라는 점에서 메디톡스는 패소하더라도 대법원까지 분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기간 지속된 치열한 싸움이었던 만큼 양측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추후 전략적 대책을 끝마친 상태일 것이다"며 "이번 민사 1심 소송은 진 쪽이 다시 싸움을 걸 수밖에 없는 분쟁 과도기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