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다양한 질병에 대마 사용을 허용하면서 의료용 대마에 대한 산업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그간 까다로웠던 치료용 대마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대마에 대한 규제를 순차적 완화할 계획으로, 조만간 국내 환자들을 위한 대마 사용이 수월해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대마. / 픽사베이
대마. / 픽사베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부터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 및 수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공개한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 이를 위해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대마는 대마초에서 종자·뿌리·성숙한 줄기를 제외한 전 부위를 뜻한다.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칸나비디올(CBD)·칸나비놀(CBN) 등 70여종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우루과이·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락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 합법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중독과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THC 등 칸나비노이드 성분을 모두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뇌전증과 파킨슨병 등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의료용 대마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CBD 성분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해 실제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독일은 2017년부터 의료용 대마를 허용한 이후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국제연합(UN) 마약위원회는 2020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대마를 ‘가장 위험한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일본 정부는 대마초를 원료로 생산된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마단속법 개정안을 일본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된 대마초 의약품의 수입·제조·사용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존 수입 취급승인 신청과 수입 신청을 위해 최대 40일이 소요되던 대마 성분 의약품 수출 허가를 10일 이내에 가능하도록 단축시킨 제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가 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취급신청은 ▲취급승인 신청서 ▲진단서 ▲진료기록 ▲국내 대체 치료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의학적 소견서를 식약처에 제출하면 된다.

진단서에는 반드시 해당 질환 전문의가 해당 질환명(병명), 의약품명, 1회 투약량, 1일 투약횟수, 총 투약일수, 용법 등 항목과 그 내용을 포함해 작성해야 한다. 추가 구매 시 변경사항이 없는 진료기록과 소견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유한건강생활은 자사가 연구한 ‘K-CBD’를 해외에 수출하고, 미국 내 학술 연구 및 제품화 공동 개발에 나선다. 유한건강생활은 인벤티지랩과도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을 활용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및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콕스는 최근 신규 사업인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 및 의료용 대마오일 CBD 사업 강화를 위해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메디콕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의 국내 임상 비용 및 라이선스 지급,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의료용 대마오일 CBD 관련 합성 첨단 신약 개발 및 CBD 오일 수입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CBD 관련 시장은 2028년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의료용 대마에 대해 아직 장기적인 임상 실험 결과가 부족한 데다 오남용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불법 대마 유통 범죄 역시 끊이지 않고 있어 추후 대마 사업화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이들을 비롯한 마약 사범 1만2387명을 검거했다. 이는 역대 최다 검거 기록이던 2022년 1만2209명을 웃도는 수치다.

또한 최근 검찰은 대마 불법 판매 혐의로 재벌가3세 김씨를 구속했다. 연예인 등 유력층 인사를 상대로 마약 매매·유통을 벌여온 김씨는 작년 말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지난해 9월 경찰에서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모(39)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보완 수사하면서 본격화됐다. 검찰은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DSDL 이사 조모(39)씨, JB금융지주 일가인 임모(38)씨 등 9명을 작년 10~12월 먼저 재판에 넘긴 후 추가 수사를 이어갔다.

이후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씨,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연예기획사 대표 최모(43)씨 등이 줄줄이 추가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대마를 흡연한 4명은 선처를 받기 위해 자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마 성분을 다루는 기술이 점점 높아지면서 대마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 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왔다"며 "대마를 막연히 마약류로만 취급하기 보단 자연유례 약물로 등재하는 동시에 의료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