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특급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유사성분 의약품)가 쏟아질 예정이다. 휴미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합류할 예정이라, 과연 어떤 기업이 오리지널을 뛰어넘어 시장을 장악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 아달리무맙)’. / 애브비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 아달리무맙)’. / 애브비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암젠은 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첫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암제비타’를 출시했다. 암제비타는 이미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았지만 특허 문제로 인해 출시가 지연되다 올해 세상에 공개됐다.

휴미라는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류머티즘관절염 등 10가지 질환에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다.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2003년 본격 출시되면서 20년간 특허 독점권을 유지해 왔다. 또한 휴미라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누적 매출액 2190억달러(270조원)를 달성, 전세계 1위를 기록 중인 블록버스터다.

지난해 207억달러(27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휴미라의 매출은 80%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이에 10여곳에 달하는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 특허가 만료되는 올해 줄줄이 시장 출격을 예고한 상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휴미라의 영역을 잠식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암제비타만 해도 휴미라 정가보다 55% 낮은 가격(도매가 기준)으로, 4주에 6923달러(851만원)이며 1년에 9만달러(1억1061만원) 수준이다.

현재 FDA 특허를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8개이며, 암제비타를 제외한 베링거인겔하임,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의 7개 제품은 올해 7월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는 FDA로부터 상호대체처방 자격을 획득, 환자가 임의로 해당 바이오시밀러를 대체 약으로 지정(인터체인저블)할 수 있다. 이로써 암제비타보다 출시일은 늦지만, 높은 경쟁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인터체인저블로 지정받은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바이오시밀러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차이가 있거나 우월하지는 않다. 다만 의사나 약사가 느끼기에 오리지널의약품을 대체한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 시, 인터체인저블 지정을 받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대체 처방 부담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관계사 오가논과 함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오가논은 2024년 안으로 상호대체처방 자료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아브릴라다’는 올해 연말까지 상호대체처방 획득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와 산도스의 ‘하이리모즈HCF’,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5-HC’ 등은 고용량으로 출시해 투여량을 1회로 줄인 모델로 제품을 공개한다. 유플라이마의 경우 이미 유럽에 판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FDA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 바이오업계는 휴미라 개발사 애브비의 시장 방어 전략과 더불어 의료제공자의 교체처방 의지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의약품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도 2028년까지는 휴미라가 누적 매출액 1위를 유지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애브비가 시장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휴미라에 대한 교체처방이 급격하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러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휴미라의 독점적인 시장은 점차 바이오시밀러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