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제페토(ZEPETO)’에서 메타버스 운행을 멈췄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함께 출시한 ‘마이 하우스(My House)’ 서비스 업데이트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일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한 ‘갤럭시S23 시리즈’ 마케팅을 제페토 활용없이 진행 중이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22년 말 기준 누적 가입자 4억명을 돌파했다.

마이 하우스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가구·조명·패브릭 등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가상 세계에 '나만의 집 꾸미기'를 구현해 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 2022'에서 공개했다. 마이 하우스는 2022년 1월 28일 누적 방문 횟수 4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제페토 ‘마이 하우스’ 플레이 모습. 아바타가 갤럭시Z폴드4·플립4 이미지가 띄워진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쳐다보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제페토 ‘마이 하우스’ 플레이 모습. 아바타가 갤럭시Z폴드4·플립4 이미지가 띄워진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쳐다보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는 이후 제페토에서 도쿄올림픽 가상 체험공간, 갤럭시S22 언팩 티징, 라이프스타일 TV 론칭, ‘더 프리스타일 월드맵’ 등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벌였다. 2022년 9월에도 갤럭시Z플립4 부스를 마이 하우스에 오픈하며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마이 하우스를 플레이 해본 결과 여전히 비스포크 무풍에어컨과 TV, 제트 청소기 등 일부 삼성 가전 제품을 배치할 수 있었지만 갤럭시S23, 갤럭시북3 등 신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1월 열린 CES 2023에서 공개된 신제품도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선행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메타버스 활용 방안과 자체 플랫폼 구축 방안 등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 부사장이 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인애 기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 부사장이 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인애 기자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개최된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3에서 자체 3D 가전 체험 서비스인 ‘비스포크 홈 버추얼’을 선보인 바 있다.

1일(현지시각)에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확장현실) 폼팩터를 개발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한 개념이다. 헤드셋 등 기기를 통해 현실 위로 콘텐츠를 겹쳐 확장하는 증강현실 기술은 물론, 가상 세계를 보여주는 메타버스와도 궤를 함께한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삼성전자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제페토의 일간활성이용자(DAU)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최근 IT업계에서는 ‘메타버스 버블’이 붕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만큼 미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도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3 시리즈 마케팅에서 제페토 활용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