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위기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인 두 제도는 사실 오래전부터 위기가 예견돼 왔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2020년부터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실질적인 인구감소 국가가 됐다. 207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6.4%가 65세 이상 고령자, 즉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노인이 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두 제도는 설계 당시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급격한 초고령화에 대처하지 못 했다.

초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폭증하는 의료비다. 나이 들수록 의료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2020년 건강보험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는 15.4%였으나 이들이 사용하는 건강보험재정은 43.1%에 달했다.

지금과 같이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해가면 현재 형태의 건보재정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건보재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예상이 힘들 정도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경제활동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의료는 한 집단에 오랫동안 쌓여온 문화와 제도의 산물 중 하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의료는 문화’라고 한다. 도리어 우리나라와 같이 단기간에 의료 체계가 정착되고, 국민건강이 성공적으로 도입된 경우가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 ‘의약분업 사태’처럼 의료 제도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혼란과 진통을 겪어야 한다. 의약분업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해당사자들의 성명과 시위가 전국적으로 매일 이어졌고 국민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의료 분야는 사소한 것조차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와 의료계 등은 지속적으로 소통해 오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하지만 건보재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진료비지불제도인 행위별 수가제도와 같은 한국 의료 시스템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제도에 변화를 줘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약분업 당시처럼 또다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바로 ‘돈’과 ‘기술’이다. 돈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많이 걷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면 된다. 가장 핵심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이다. 그런데 낮은 건강보험료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누려왔던 국민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현재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은 바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술로 지금 의료 체계를 지탱하면서 서서히 제도를 바꾸어 가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히 의료 이용의 편리만을 위한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전반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제도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해 진료를 돕는 의료AI, 의료 마이 데이터 등도 모두 포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부족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건보재정을 개선하는 작업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지역간 의료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앞으로 4회에 걸쳐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의료의 디지털 전환과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익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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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 sj.song@lifesemantics.kr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디지털 헬스 전문 기업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로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헬스 업계 발전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