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장세용·오영욱·조기현 지음 | 500쪽 | 한빛미디어 | 3만9000원

1990년대 게임 잡지와 PC 통신과 함께 즐겼지만, 현재는 기록조차 찾기 어려운 추억 속 한국 게임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새책 ‘한국 PC 게임’은 최초의 국산 게임으로 손꼽는 1992년 ‘폭스 레인저’부터 2002년 ‘하얀마음 백구’까지 잘 알려진 명작부터 숨겨진 걸작까지 저자가 소장한 패키지 아트와 함께 94종의 상세한 정보를 연대순으로 담았다. 게임마다 개발 스토리는 물론 당시의 반응, 후대에 미친 영향도 함께 수록했다. 게임 개발에 몸담은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칼럼과 인터뷰 기사도 살펴볼 수 있다.

2019년 1월 국내 게임씬에 ‘국산 패키지 게임 200개를 한꺼번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가격은 1억원으로 관련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이 판매글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이 책의 저자인 장세용씨는 그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PC 패키지 게임을 1억원에 팔려고 한 이후로 수년이 지났고 현재 그 패키지 게임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국산 PC 패키지 게임을 사랑하는 국내 많은 수집가들께 양도했다는 것. 하지만 게임들을 떠나보내면서 이 게임들의 기록을 담기 위한 의무감에 책을 기획하게 됐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책의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목표 금액은 2697%를 달성했다. 참여한 인원이 1125명이다.

그렇게 기획이 가동된 이 책은 올해 1월, 펀딩한 이들에게 전달되고서야 최근 서점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일부 게임 사진의 저작권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전한다.

이 책의 2부는 온전히 패키지 사진으로만 구성됐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사료집이 아니다. 출판사인 한빛미디어 측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게임, 어린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던 친구 어깨 너머로 구경하면서 부러워했던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