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11년 12월호 표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11년 12월호 표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한 후 37년 가까이의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그때 그 시절 IT]를 연재하면서 스마트폰 이야기를 많이 다뤘습니다. MP3플레이어 이야기 때도, 모바일 OS 때도 스마트폰을 빠짐없이 언급했는데요. 모두 ‘스마트폰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전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때문이지만 그래도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채(?) 사라진 것들을 더 다뤄보겠습니다. 2008년 애플 아이폰이 나오고,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 S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생태계로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처럼 미래 좀 예견한다는 분들은 "앞으로는 모바일 시대가 될 것이니 준비하라"고 충고할 수 있었겠지만 시장은 언제나 그 예언을 잘 듣지 못하죠. 지금 이 순간 물건이 너무도 잘 팔리는데 앞으로 이 물건이 사라질 거라는 충고가 귀에 들어올리 없습니다.

MP3플레이어도 그랬고, 카메라도 그랬습니다. 마소 매거진 2011년 12월호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 분석’ 특집 기사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에 자리를 내 준 디바이스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왼쪽부터)‘iFP-100’과 ‘iFP-390’ / IT조선 갈무리
아이리버 MP3플레이어 (왼쪽부터)‘iFP-100’과 ‘iFP-390’ / IT조선 갈무리
매거진에서는 "MP3플레이어 시장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실시간 스트리밍 기반 음악 서비스의 확산으로 고사 직전에 있다. 이런 와중에 애플, 구글, 아마존에서는 정액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만약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공된다면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업의 존폐까지 언급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드 자료에 따르면, MP3플레이어 판매액은 2008년 이후부터 2016년까지 87% 감소했다고 합니다. 판매액 감소를 떠나 꽤 오래 전부터 MP3플레이어 제품 자체가 출시되지 못하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각 카메라 제조사들의 DSLR(일안반사식 카메라) / 디지털포토그라피스쿨
각 카메라 제조사들의 DSLR(일안반사식 카메라) / 디지털포토그라피스쿨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2010년에는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이 1억2000만대까지 상승했지만 2015년 출하량은 약 3500만대로, 5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내비게이션 시장도 큰 피해자입니다. 매거진에서는 "국내 1, 2위 내비게이션 업체의 올해 매출과 영업 이익이 작년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특히 태블릿 형태의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과 통신사 주도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보급은 기존 시장 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나비 내비게이션 / 아이나비 홈페이지
아이나비 내비게이션 / 아이나비 홈페이지
비즈니스 인사이드 자료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8년 이후부터 2016년까지 판매액이 80% 감소했다고 합니다. MP3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시장 규모가 5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제는 태블릿만한 크기의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닌텐도 스위치 / 닌텐도
닌텐도 스위치 / 닌텐도
매거진에서는 한 가지 아이템을 더 언급합니다. 바로 닌텐도입니다. 매거진은 "얼마 전까지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던 일본 닌텐도는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잊혀져가고 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급속한 보급과 앵그리버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전용 디바이스에 기반한 콘솔 게임기 시장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닌텐도는 2008년 매출 1조8386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지만 2011년 1조143억엔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16년까지 매년 5000억엔 매출 수준의 저조한 성적을 거둡니다. 그러다 2017년 닌텐도 스위치로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게됩니다. 참고로 2018년 매출액은 1조2005억엔이었습니다. 닌텐도는 스마트폰의 생태계 파괴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업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캠코더, 전자사전 등이 스마트폰의 출현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마트폰이 막 나왔을 때만 해도 그게 ‘전화하는 제품’이지 음악 듣고, 사진 찍고, 게임 하고, 길 알려주고, 인터넷까지 하는 만능 제품이 될 거라고는 예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마소 매거진 2011년 12월호에는 이런 문구가 강조됩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