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진흥법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당초 메타버스 진흥법 심사는 방송법이나 알뜰폰 내용에 밀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법안소위는 알뜰폰 관련 법안 심사가 오래 걸릴 것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하고 메타버스 진흥법 같은 비쟁점법안을 먼저 논의했다.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1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메타버스 진흥법 3종을 병합심사해 통과시켰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메타버스 진흥법 3종은 김영식·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다만 법안의 정식 명칭(법제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는 조승래 의원안 영향으로 보인다. 조승래 의원은 법을 발의하며 메타버스라는 용어 대신 ‘가상융합경제’라고 했다. 메타버스뿐 아니라 메타버스로 파생되는 경제산업 구조 전반을 다루기 위해서다. 과방위는 법제명을 다음 과방위 전체회의 전까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과방위 전체회의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메타버스 진흥법 병합안은 자율규제와 임시기준을 적용했다. 법안은 우선 메타버스를 ‘이용자의 오감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하거나 현실공간과 혼합해 인간과 디지털 정보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가상의 공간이나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공간 또는 그 공간과 관련된 서비스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병합안은 또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누구든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후규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산업 진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한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3년마다 ‘메타버스 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다.

메타버스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조세 감면,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서 정하는 대로 국세,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사업자가 필요한 자금을 융자·투자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메타버스 산업 규제는 자율규제를 우선한다. 병합안은 과기정통부 장관 인가를 받은 협회가 메타버스 사업자 행동강령 또는 운영준칙을 정해서 시행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협회의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한다.

아울러 메타버스 기술, 서비스에 적용할 법률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해 임시기준 제도가 도입된다. 임시기준은 산업에 임시로 적용할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임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이를 요청할 수 있다. 담당 기관 특정이 어렵다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마련할 수 있다.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메타버스 산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을 환영한다"며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니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신속하게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