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종료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 휴마시스와 공동개발 및 제품공급을 맡았던 셀트리온 간의 대규모 소송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에 미지급 진단키트 대금과 손해배상에 대한 청구소송을 진행, 셀트리온은 납품 기일을 어기며 신뢰도를 무너트린 휴마시스를 비난하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디아트러스트 코로나19 항원 홈 테스트. / 셀트리온
디아트러스트 코로나19 항원 홈 테스트. / 셀트리온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송달받았다. 이는 셀트리온이 휴마시스를 상대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계약 위반에 관한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후 14일 만이다.

앞서 휴마시스와 셀트리온은 2020년 6월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개발 및 상용화와 제품공급을 위한 ‘공동연구 및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을 통해 양사는 전문가용 항원 신속진단키트(POC)와 개인용 항원 신속진단키트(OTC)를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휴마시스가 셀트리온 미국법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전문가용 항원 신속진단키트는 2021년 4월에 개인용 항원 신속진단키트는 같은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셀트리온USA은 미국 국방부 산하 조달청(DLA)이 진행하는 구매사업에서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돼 군시설, 요양원, 지역검사소, 주요 시설물 등 미국내 2만5000개 지정 조달처에 휴마시스의 신속진단키트를 주(週)단위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 내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신속진단키트 수요 역시 덩달아 증가했고,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에 발주를 진행했지만 휴마시스가 예정된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에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 진단키트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현지 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마시스는 지난해 4월 28일 미국의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4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연장했지만, 셀트리온 측이 일방적으로 1366억원에 달하는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전자공시시스템 기록을 보면 전체 계약 기간 중 이행률 32.69%에 해당하는 447억원이 계약에 따라 이행됐고, 919억원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휴마시스은 지난달 26일 셀트리온에 미지급 진단키트 대금과 손해배상에 대해 12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셀트리온이 미지급한 대금이 4103만달러(516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휴마시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셀트리온의 해지 통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휴마시스와 셀트리온의 코로나19 관련제품들의 전체 계약규모는 4012억 원으로 이중 2979억 원인 74.26%가 이행됐고 본 해지 공시를 포함한 총 1033억 원의 25.74%가 미이행 됐다"며 "이번 계약 해지는 셀트리온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따른 건으로, 이에 대해 법적대응하고 있으며 소송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휴마시스는 대대적인 소송전을 진행하기 위해 김성곤 인콘 대표를 선임했다. 김 경영지배인은 선임과 동시에 휴마시스의 경영 업무 전반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엔 재무, 법무, 영업, 인사 등 업무 일체와 그에 따른 모든 민·형사상의 포괄적 권한 행사가 포함된다.

셀트리온도 반격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31일 휴마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 측은 휴마시스가 2021년 10월 경부터 납기를 계속 어겼으며,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에 공식 사과까지 전달했다고 전했다. 또 휴마시스에서 납기 지연 사유로 주장하는 식약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조치 이전에 체결한 수출공급계약은 예외였기 때문에 합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셀트리온의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당사가 휴마시스의 계약 미이행으로 인해 미국 벤더들과의 대규모 거래취소와 평판 하락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태지만 오히려 휴마시스는 최근 공시에서 해외 수출 증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며 "공동 개발자로서의 책무는 외면한 채,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휴마시스의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파트너사에게 상당한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