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와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두고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제도화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외에도 식약처가 지난 2월 15일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를 허가했다.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기고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대표적인 두 기술인 비대면 진료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사회와 현장의 문제 해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강원도 홍천군으로 가보자. 홍천군은 인구 6만5000명 정도 거주하고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지방 소도시다. 그런데 홍천군의 면적이 서울의 3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상주하는 의사 수는 92명으로 서울 약 3만2000명에 비해 348배나 적다는 것은 더욱 알려져 있지 않다.

게다가 중심가인 홍천읍에서 멀어질수록 평균 연령이 높아져 나이 많은 환자는 진료를 받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방문진료를 한다고 해도 의사 한 명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몇 명이나 될까. 홍천군 외곽 마을 2~3개만 돌면 깜깜한 밤이 될 것이다.

지방의 인구 감소는 당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그렇지만 홍천 읍내에 있는 의사와 외곽에 사는 환자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면 아예 진료를 못 받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등으로 환자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의료 AI로 분석해 선행적으로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혹시나 모를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기존 의료 서비스의 보완재로서 현재보다는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 효과적인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Epidemiological Investigation Support System)을 구축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28개 관계 기관 간 공문 작성 및 유선 연락 등 확진자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과정을 전산·자동화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확진자 1명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약 2~3일에서 6시간 이내로 축소할 수 있었다. 병원들도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깨닫고 Big5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특히 Big5 병원은 별도의 팀을 꾸려 대대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진료 시스템의 전반부터 환자의 동선 체크까지 디지털화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중 서울아산병원은 AI를 통한 병상 배정과 간호사 스케줄 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숙련된 원무과 직원 여러 명이 간호사들의 특성을 파악해 수기로 스케줄을 짰다면 지금은 AI를 통해 자동으로 배정하고 한 명이 컨펌하는 형태로 개선했다. AI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적절하게 활용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전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에 기술한대로 디지털 전환은 현장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발전의 방향과 목적이다.

좋은 기술이니까 무조건 써 보자가 아니라, 이 기술을 통해 우리의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그리고 어떤 기술로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전환으로 신중하지만, 빠르게 사회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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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 sj.song@lifesemantics.kr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디지털 헬스 전문 기업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로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헬스 업계 발전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