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표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표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한 후 37년 가까이의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과거 언젠가, 큰 맘 먹고 장만해야 하는 전자제품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TV, 컴퓨터도 그랬습니다. 마소 매거진을 살펴보니 프린터도 그런 전자제품에 포함시켜야 될 거 같습니다. 당시 물가를 고려한다고해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격에는 도저히 못 살 듯 합니다.

마소 매거진 1993년 6월호에는 ‘컬러, 고속, 고해상도를 향해 치닫는 프린터 기술’이라는 특집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레이터 프린터, 잉크젯 프린터, 컬러 프린터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프린터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엡손 도트 프린터 / 언스플래시
엡손 도트 프린터 / 언스플래시
1990년대초,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프린터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도트 프린터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인데요. 프린터 헤드에 달린 핀이 튀어나오면서 리본을 때리면 리본에 묻은 잉크가 용지에 찍히는 방식입니다. 은행 ATM기기에서 통장이 프린팅 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도 은행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트 프린트 헤드에는 9개 또는 24개 핀(18개, 48개 핀이 달린 프린터도 있었음)이 달려있는데요. 이 정도 핀으로 프린팅 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무엇보다 매우 시끄럽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 한정된 헤드 공간에 핀을 많이 넣으려다보니 핀 굵기를 가늘게 해야하는 금속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기술의 한계점에서 레이저 프린터, 잉크젯 프린터를 만나게 된 것이죠.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프린터 특집 기사 페이지 / IT조선 DB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프린터 특집 기사 페이지 / IT조선 DB
레이저 프린터는 방식이나 속도 측면에서 당시에는 사무 혁명에 가까웠습니다. 방식부터 신기했죠. 이미지 모양의 정전기를 일으키고 그 자리에 토너를 뿌리면 인쇄되는 방식이었는데요. 핀으로 점 찍어 프린팅 하던 그때는 마냥 신기했을 것 같습니다.

레이저 프린터는 출력 품질이 매우 우수하고 잉크처럼 번질 염려가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구조상의 오류가 다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소 매거진은 "레이저 프린터가 저해상도에서 계단 현상이나 체형 왜곡, 글자 위치 오차 등의 현상을 보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프린팅 방식이죠. 사실 방식만을 놓고 보면 도트 프린터보다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1980년 후반 버블젯이라는 이름의 프린팅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아주 가는 구멍으로 분무기처럼 잉크를 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후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도트 프린터를 밀어내고 프린터 방식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마소 매거진은 잉크젯 방식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고해상도를 쉽게 구현할 수 있고, 구조가 단순하고, 고속 인쇄가 용이하고, 저소음이며, 아주 작은 에너지를 요구하므로 소형화가 가능하다. 또 필요한 곳에만 필요한 양을 분사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에 비해 재료 비용이 더 적게 들고 컬러에 대한 기술적 적응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이죠.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프린터 특집 기사에 실린 잉크젯, 레이저 프린터 주요 제품 소개 페이지 / IT조선 DB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3년 6월호 프린터 특집 기사에 실린 잉크젯, 레이저 프린터 주요 제품 소개 페이지 / IT조선 DB
그 당시 레이저 프린터, 잉크젯 프린터의 사양과 가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레이저 프린터는 인쇄 속도가 8 ~ 10ppm(분당 출력 수), 해상도는 300dpi 정도 되네요. 판매 업체는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신도리코, 포스데이타, 코리아 제록스 등인데요. 사실 일본, 미국의 프린터 엔진을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요 엔진은 일본 코튼, 렉스마크, 제록스 등이었습니다. 삼성과 금성 엔진도 있었네요.

가격은 185만원, 270만원, 350만원, 670만원 등 다양하면서 매우 고가입니다. 매거진에 소개된 제품 중에는 1250만원도 있네요. 참고로 당시 현대 쏘나타 차량 가격이 950만원이었습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인쇄 속도가 100 ~ 300cps(영문 기준의 초당 출력 자수), 해상도는 300dpi 정도였습니다. 제조 및 판매 업체는 현대전자, 금성, 롯데캐논, 삼보컴퓨터, 삼성HP 등이 있었습니다. 가격은 확실히 레이저 프린터보다는 저렴했네요. 53만원, 61만원, 87만원 정도의 가격이 일반적이었고, 비싼 제품들은 100만원이 넘었네요.

그래도 당시 프린터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였던 것 같습니다. 매거진에서는 "해외에서는 개인용 레이저 프린터가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300dpi의 4ppm 레이저 프린터 가운데 가장 싼 것은 6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잉크젯도 싼 것이 300~400달러 수준이다. 컬러 잉크젯의 경우 1000달러 아래까지 나오고 있다"는 시장 상황을 제시해 줍니다.

지금이야 잉크젯 프린터는 10만원대, 레이저 프린터는 20만 ~ 30만원대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죠. 성능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좋아졌고요. 하지만 한편으로 디지털화한 업무 문화 등에 밀려 프린터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