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와 관련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에 강한 하이브와 아시아에 강한 SM이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지분 인수라는 설명이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 / 뉴스1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 / 뉴스1
박지원 CEO는 21일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는 SM 최대주주와 합의해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에 적대적 M&A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이브는 현재 SM 경영진과 적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SM 경영진과 협약을 맺은 카카오와 제휴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카카오가 어떤 방식을 생각하는지 언급한 적이 없어 아직 하이브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CEO는 구체적인 SM과의 시너지 효과도 설명했다. 우선 북미 시장에 구축한 하이브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SM 소속 아티스트에 공유할 계획이다. 실제 방탄소년단(BTS)은 하이브가 구축한 북미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통해 성과를 냈다. 대신 하이브는 SM이 구축한 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인프라,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현 SM 경영진의 경영 전략인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도 하이브가 도울 수 있다"며 "하이브가 이미 하고있는 멀티 레이블 체제 노하우와 경험을 SM에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SM은 아시아에서 훌륭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양사가 서로 인프라를 공유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M이 최근 발표한 사업전략은 하이브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다"라며 "하이브가 가진 노하우와 자원을 제공해 SM 전략 실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또 SM 지배구조를 즉각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SM 최대주주여서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CEO는 "SM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긴 배경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하이브는 SM의 과거·현재·미래 모든 이슈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빠른 주주가치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브와 SM 간 이해상충 우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우려는 하이브, SM이 국내 K팝 업계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어서 나왔다. SM 경쟁사인 하이브가 SM 모회사가 돼 SM 전체 주주가 아닌 대주주(하이브)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 SM 경영진 입장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장철혁 SM CFO는 20일 SM 공식 유튜브를 통해 "이런 지배구조에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SM의 독립 경영 보장은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다"라며 "SM 아티스트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SM 플랫폼 사업 포기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CEO는 이와 관련해 "주식회사 구조에서 생길 수 있는 이해상충은 하이브에 구축한 업계 최고 수준 내부 견제 장치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SM 이사회를 하이브 이사회와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감사위원회 등은 경영진 견제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겠다"며 "여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SM 주주 의견을 모아 검토하고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