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자담배 스틱은 300원 인상된 가격이 다소 부담된다"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구매한 한 소비자의 하소연이다. 국내 담배업체 3사가 새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이며 전용 스틱 가격을 일제히 300원씩 올렸다.

KT&G는 지난해 11월 ‘릴 에이블’을 출시하면서 전용 스틱 ‘에임(AIIM)’을 선보였다. 릴 에이블은 이전에 출시한 스틱인 ‘핏(FIT)’, ‘믹스(MIIX)’ 등과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에임만을 삽입해야 한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같은 달 출시한 ‘아이코스 일루마’ 또한 전용 스틱 ‘테리아(TEREA)‘와만 호환이 가능하다. 이전 기기인 ‘아이코스 듀오3’ 전용 스틱인 ‘히츠(HEETS)’는 사용 불가하다.

BAT로스만스도 이달 27일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인 ‘글로 하이퍼 X2’를 출시한다. 전용 스틱인 ‘네오’에 새로운 ‘데미슬림’ 포맷을 적용해 담뱃잎 함량을 기존보다 30% 증량했다. 함량을 높이면서 스틱 두께도 두꺼워졌기 때문에, 더 얇은 ‘슈퍼슬림’ 포맷을 적용한 이전의 네오 스틱은 호환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담배업체 3사의 전자담배와 스틱 출시일은 각각 다르면서도, 가격은 동일하게 인상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 전용 스틱 가격은 2017년만 해도 4000원대 초반대였다. 그러다가 한국필립모리스가 2017년 12월 아이코스 전용 스틱인 히츠 가격을 기존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올렸고, 이어 KT&G가 2018년 1월 ‘릴 솔리드 2.0’ 전용 스틱인 핏 가격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BAT도 뒤따라 2018년 7월 글로 전용 스틱인 네오스틱을 네오로 바꾸면서 가격을 기존 4300원에서 4500원으로 동일하게 올렸다.

담배업체들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매번 비슷한 시기에 스틱 가격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자담배 기기는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할인 판매할 수 있지만, 기기에 삽입하는 스틱은 담배사업법상 할인 판매가 불가하다. 인상된 가격을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더욱 터져나온다.

담배업체들은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스틱도 신기술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면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담배업체들은 일반 연초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을 판매할 때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틱 한 갑(20개비)에는 개별소비세 529원, 담배소비세 897원, 지방교육세 395원, 국민건강 750원, 폐기물 부담금 24.4원 등 총 2595.4원의 세금(부가세 제외)이 들어간다. 일반 연초에 포함된 세금 2909.4원(부가세 제외)보다 10.8% 낮다. 담뱃세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업체들은 스틱 가격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군다나 담배업체들은 공통적으로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체들은 연초 흡연자들의 전자담배 전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되는 스틱 가격 앞에서 과연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탈 수 있을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2017년 3500억원대에서 5년만에 2조원대로 6배가량 커졌다. 이 시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스틱 가격에 대한 검토도 해봐야 할 시점이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