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와 반도체, 그리고 컴퓨터를 위한 중앙처리장치(CPU) 개념이 등장한 이후 수십 년간 CPU의 성능은 빠르게 높아져 왔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위한 몇 번의 ‘특이점’이 있었다.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했던 ‘1GHz’ 달성이나 9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의 ‘5GHz’ 달성이 대표적이다. 물론, CPU의 성능이 동작 속도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변화에 따라 성능이 대폭 개선된 신제품이 더 낮은 동작 속도를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반도체의 ‘동작 속도’는 여러 모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CPU가 높은 동작 속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의 아키텍처, 제조 공정 특성 등이 모두 잘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제조 공정의 특성에서도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새로운 공정이라고 꼭 높은 동작 속도를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인텔도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새 공정에서 동작 속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몇 번이고 있었다.
인텔의 13세대 코어 i9-13900KS 프로세서는 x86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정규 동작 속도 ‘6GHz’를 달성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13세대 코어 i9-13900K가 이미 최대 5.8GHz 동작 속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0.2GHz’를 더 올려 나온 이 프로세서는 성능 향상 이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사실 이번 코어 i9-13900KS의 6GHz 달성이 ‘완전 정복’까지는 아니지만 현존 최고의 성능과 가능성을 갖춘 ‘스페셜 에디션’으로의 가치는 충분하다.
◇ 모자란 ‘0.2GHz’ 채워 6GHz 도달한 동작 속도
13세대 코어 i9-13900KS 또한 ‘6GHz 달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로 선보였다. 기존 코어 i9-13900K의 최대 동작 속도는 최대 5.8GHz로, 0.2GHz만 더 올리면 상징적인 ‘6GHz’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코어 수와 소비전력량이 만만치 않은 13세대 코어 i9-13900K의 동작 속도를 더 끌어올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에 코어 i9-13900KS 프로세서는 코어 i9-13900K 대비 동작 속도 이외에도 몇 가지 설정이 더 바뀌었다.
코어 i9-13900K와 i9-13900KS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기술 구성을 가진 프로세서다. ‘랩터 코브(Raptor Cove)’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퍼포먼스 코어 8개, ‘그레이스몬트(Gracemont)’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 에피션트 코어 16개로 총 24코어 32스레드의 하이브리드 구성을 갖췄고, L2 캐시 32MB, L3 캐시 36MB 구성도 같다. 에피션트 코어의 최대 동작 속도도 4.3GHz로 같다. 이 외에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 코어, 메모리 컨트롤러, PCIe 컨트롤러 등도 동일하다.
이렇게 높아진 동작 속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프로세서의 전력 제한 설정도 변경되었다. 먼저, 시스템 쿨링 시스템 디자인의 기준이 되는 PBP(Processor Base Power)는 코어 i9-13900K의 125W보다 25W 더 오른 150W 설정이다. 최대 성능을 위한 MTP(Maximum Turbo Power)는 공식적으로는 253W지만 실제로는 대폭 오른 최대 320W 설정을 사용한다. Z790 칩셋 기반 메인보드와 함께 사용했을 때 PBP와 MTP 모두 320W 제한이 기본 설정되었다.
코어 i9-13900KS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600, 700시리즈 칩셋 기반 메인보드와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신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적용된 Z690, Z790 칩셋 기반 메인보드가 추천된다. 대부분의 Z690, Z790 칩셋 기반 메인보드는 오버클럭킹 지원을 위해 코어 i9-13900KS 프로세서에 요구되는 수준을 충분히 넘어서는 전원부 구성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 프로세서 또한 오버클럭킹이 가능한 ‘K 시리즈’로, 쉽지는 않지만 오버클럭킹도 가능하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쿨링’이다. 코어 i9-13900KS는 최대 320W의 MTP 설정을 사용하며 Z790 칩셋 기반 메인보드면 이 제한을 아예 풀어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 때 가장 먼저 당면하는 상황은 발열로 인한 ‘동작 속도 제한’이 될 것이다. 13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는 TVB(Thermal Velocity Boost) 기술 등 쿨링 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있어서 쿨링 성능이 좋을수록 성능 극대화에 유리하다. 모든 제한을 해제하고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상급 공냉 쿨러나 3열 수냉 구성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한편, 이 ‘스페셜 에디션’ 코어 i9-13900KS 프로세서는 코어 i9-13900K 제품 중에서도 더 높은 동작 속도를 보증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수율 좋은’ 제품을 선별해 만든 것이기도 하다. 이에 오버클럭킹 매니아라면 ‘올 코어 6GHz’나 그 이상에 도전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제품의 가격이 코어 i9-13900K보다 100달러 가량 비싼데 이는 여러 가지 의미의 ‘상징성’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도 보인다.
◇ 한계를 한 발 더 넘어선 성능
프로세서 연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Cinebench) R23 테스트 결과에서는 코어 i9-13900K 대비 다소 성능이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어 i9-13900K의 253W 기본 설정 상태와 비교해 코어 i9-13900KS 320W 기본 설정 상태는 더 높아진 퍼포먼스 코어 동작 속도, 더 여유로워진 전력 제한 설정에 기인해 5% 정도의 성능 향상을 보인다. 320W 제한까지도 해제한 경우에는 성능이 좀 더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발열 등의 문제로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 테스트인 인텔 원MKL 린팩(oneMKL Linpack) 2022.0.2 테스트에서 코어 i9-13900KS 프로세서는 문제 크기 25000 설정에서 906GFlops(기가플롭스) 성능을 냈다. 320W 제한을 해제한 경우의 성능은 912GFlops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고부하 테스트 상황에서의 쿨링 문제로 보인다. 블렌더(Blender) 3.4.0 기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도 소비전력량 제한 여부에 따른 성능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3DMark의 프로세서 프로파일 테스트에서는 코어 i9-13900K 대비 코어 i9-13900KS가 소폭 앞서는 성능을 보였다. 의외로 16스레드 테스트보다 최대 스레드 테스트의 성능 향상 폭이 큰 것이 인상적인데 프로세서 설정 전반에서 완화된 전력 제한 설정 덕분으로 보인다. 16스레드 테스트까지는 0.1GHz 정도 높은 동작 속도에 기인해 코어 i9-13900KS가 약간의 성능 우위를 보인다. 한편, 13900KS의 6GHz 오버클럭킹에서는 16스레드까지 제법 분명한 성능 향상을 보이는 모습이다.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은 실제 게이밍 성능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히트맨 3(Hitman 3) 테스트에서는 같은 아크 A750 그래픽카드를 사용했을 때도 Dartmoor 씬에서 코어 i9-13900KS와 코어 i9-13900K 간 3.5%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나타났다.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에서도 양 프로세서 간 성능 차이가 2% 정도 나타난다. 이는 사실 양 프로세서 간 동작 속도 차이에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고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프로세서간 성능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른 대가도 제법 있다. 최대 소비전력 설정 320W는 사실 최신 하이엔드 시스템이라 해도 제법 부담되는 수치다. 특히 쿨링에서 문제에 직면할 소지가 크다. 최대 성능 유지와 이를 넘어선 오버클럭킹에 도전할 것이라면 3열 수냉 쿨러 등 확실한 대비를 갖추고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시스템에서 320W 전력 설정은 거의 ‘무제한’ 급의 여유를 제공하는 만큼 코어 i9-13900KS는 순정 상태로도 현존 최고의 성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허들은 ‘가격’이다. 이 ‘스페셜 에디션’은 일반 코어 i9-13900K보다 공식적으로 100달러, 현재 시장가로 약 15만원 정도 더 높은 가격대에 위치한다. 기본적으로 높은 동작 속도 덕분에 오버클럭킹 난이도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 시대의 정점이라는 상징성, 오버클럭킹에서 더 나을 것으로 보이는 칩 수율 등을 고려하면 PC의 극한을 즐길 준비가 된 익스트림 급 유저에 특별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