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출신 윤경림·김철수·남규택 vs MB 핵심 김기열·윤진식
28일 최종후보 발표에 촉각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신임 CEO가 누가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KT 안팎에서는 유력 후보와 관련해 KT 출신이 유력하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과거 MB 정부 시절 유력 인사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KT 출신 인사 중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현직에 있는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과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등이 있다. 과거 KT 마케팅 부문을 총괄했던 남규택 전 부사장도 유력하며, 구현모 대표와 CEO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도 후보다. MB 정부 시절 요직에 있었던 김기열 전 KTF 부사장과 윤진식 전 장관의 이름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KT가 이석채 전 회장 때부터 이어진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내부에서 차기 출신이 대표에 올라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미는 낙하산 인사는 갈길 바쁜 KT 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로 예정된 CEO 최종후보 명단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신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KT
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신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KT
26일 KT 내부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윤경림 사장과 윤진식 전 장관 등이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28일 최종 후보자 명단 발표 전까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KT CEO의 연임 시기는 정부 교체기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민간 기업인 KT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에서 왈가왈부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회사의 운명을 짊어질 CEO는 KT에 재직 중이거나 출신 전문가가 되는 그림이 좋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 23일 이사회서 CEO 후보 사퇴 선언

임기 중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열린 이사회에 차기 CEO 선임 후보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3월 말 주주총회 후 자리에서 물러난다.

구현모 대표는 2022년 12월 중순 이사회의 연임 적격 판단이 나온 후 연임에 도전했다. 당시 단일 후보로 주주총회 의결만 통과하면 연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선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고, KT는 후보자 공개 모집 등 CEO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KT는 10일부터 20일까지 후보자를 모집했고, 외부 인사 총 18명이 지원했다. 내부 규정에 따라 구 대표를 비롯한 사내 후보자는 16명이다. 결과적으로 CEO 경쟁 레이스에는 총 34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구 대표가 돌연 사퇴를 선언하며 나머지 33명이 검증대에 오른다.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은 28일까지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압축 작업을 하고, 면접 대상자를 추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 리스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KT는 3월 7일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하고, 같은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

일각에선 33명의 후보자들 중 차기 대표로 유력한 인사를 추려내는데 혈안이지만, 대표이사후보자심사위원회의 최종후보자 명단 발표가 있어야 유력 후보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사내 후보자 중에는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외 후보자 중에서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여러 의견이 상충한다.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와 남규택 전 KT 부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도 있다.

내부 출신 vs 외부 입김…정치권 개입에 ‘촉각’

KT 안팎에서는 내부 적폐 청산을 위해 전임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내부 인사를 차기 대표로 선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황창규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윤경림 사장은 2019년 KT를 떠났던 인물이다. 현대차를 거쳐 CJ그룹으로 이직해 근무하던 시절 미래융합전략실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황 전 회장의 부름을 받고 다시 복귀했었다.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LG텔레콤 시절부터 통신사업에 몸담았던 통신 방송 분야 전문가다. KTH 재직 시절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었고, 2020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취임한 후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박을 터뜨리는 성과도 냈다.

남규택 전 KT 부사장은 쇼(SHOW), 올레(olleh), LTE 워프, 기가토피아 등 KT의 핵심 브랜드를 런칭한 인물로, 데이터 선택 요금와 가족간 데이터 공유 요금제 등의 출시도 진두지휘했다. KT 역사상 눈에 띄는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외부 인사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윤진식 전 장관은 MB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맡았던 실세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서 경제 고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통신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차기 KT 대표로 지목될 경우 잡음이 예상된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의 경우 KT 출신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대선 캠프에서 ICT 희망본부장으로 활약하며 대통령 당선에 협력했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28일 최종후보자명단이라도 추려지면 추후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아직까지는 내부에서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초거대 AI가 ICT 시장을 이끄는 중차대한 시기에 KT CEO가 교체된다"며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고 KT를 이끌 수 있는 인사가 CEO로 선출돼야 하는데, 정치권도 아니고 외부 입김 등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은 정말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